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거친 세상을 살아가려면 세상의 전면이건 이면이건 그 냉혹한 현실을 거침 없이 직시할 수 있는 배짱과 날카로운 지력이 있어야 한다. 이 둘 중 어떤 요소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타고난 외골수 기질은 또 희생하기 싫어서, 말만 거창하게 떠벌일 뿐 그를 위한 실천에는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진정 타인의 도움 없이는 그 생존조차도 곤란한 무능력자는, 오늘도 키보드 앞이라면 무서울 게 없다는 목청을 높이는 중이다. 이런 자가 기댈 부분이라곤 제 자신의 빈약한 지성이 그나마 완전히 빛을 잃는, 쉽게 말해서 (술기운이라도 빌리거나 특정 정치인 맹목 예찬 모드로 돌입해서) 광인 행세를 하는 수단 아닌 수단뿐이겠는데, 그렇다면 이런 타입이란, 시쳇말로 술 깨고 나서 상대를 해 줘야 한다. 이런 자의 공통 유형은 지능, 지성 열등 컴플렉스가 아주 강해서, 쥐쁠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 대단 아는 척이나 하며 허풍과 거짓말, 과장을 일삼는다는 건데, 한번 분야에 정통한 임자를 만나 혼구녕이 나야 이 못된, 모자란 습성을 고치기 마련이다. 내 조만간 본때를 보여 줄 생각이다. 이런 놈은 제 내면의 실질이 텅텅 비었기에, 평생 제 놈 능력으로 써 보질 못한 감투에의 유혹에 또 약한 법이라, 어제까지 쉬 팔던 '의리'라는 덕목을 몇 푼 안 되는 완장과 엿바꿔 먹듯 도매금으로 잘도 넘기는 근성이 있는데, 이런 썩어빠진 뒤통수 근성 역시 매가 약이다. 은혜를 모르는 놈한테는 몽둥이가 직빵이다.


우리와 아일랜드인은 흔히 민족성이나 그 겪은 역사의 질곡 면에서 자주 비교되지만, 만약 도일 경이 동아시아의 대응역이었다면 아마 한국으로부터 매국노, 변절자로 두고두고 까였을 만하다. 이 내력은 나중에 서술.


전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도일 경의 작품에는 특징적이고 개성 뚜렷한 인물들(배은망덕 패륜의 각양각색 악역 포함)이 많이 등장한다. 내가 요 아래 포우(로마자 표기법이나 국어 맞춤법에는 어긋나지만, 현행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여기기에 나는 이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겠다)를 언급한 건, 과연 추리물의 개조(도 겸하는 사람이라고 해야지, 그를 그렇게만 규정하고 마는 건 어느 모로나 부당한 일)와 그 가장 큰 상업적 성공자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를 살피는 일은, 비단 처음이 아니라도 언제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이상하게도, 도일 경의 솜씨나 태도를 보면 참 성의가 없다. 내가 지금 원어로 챌린저 교수 연작도 다시 보고 있는 중이지만, 도일 경은 최소한 이 시리즈에 대고는 순수문학적 관점에서도 나름 여러 정성을 기울이고, 또 정석적 스텝을 밟는 데 있어 소홀하지만은 않았다. 예전 고 이가형씨가 "그 역시 기사 작위를 받았지만 추리 문학 외적인 공로에 기인한 것이라..."며 폄하했던(누가 봐도 폄하임) 바 있지만, 그 보어 전쟁 옹호의 격문만 봐도, 이 사람은 뭔가 해야 할 때다 싶으면 제 전력 정력을 경주하여 화끈하게 독자와 청중을 격동시키는 남다른 자질을 분명히 지니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유난히 홈즈에만 성의 없는 터치로 '졸면서 쓴' 흔적을 자주도 노출하는 셈인데....(성가시기도 하고 제 진심의 작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홈즈를 일찍 라이헨바흐에서 죽여 버리려 했던 것도 잘 알려진 일)


그는 재능이 뛰어났을지는 몰라도 참 추남이다. 하긴, 재능도 없고 잘난 외모도 없지만 뭐 하나는 본인이 분명 갖췄다고 착각하며 사는 장애인도 있지만 말이다.


반면 포우의 경우, 우리 선입견으로야 대충 쓰고 말았을 것만 같은 '도둑맞은 편지', '마리 로제..'에서조차 미학적 완성을 위한 성의, 구성의 정당화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순진하리만큼 노골적으로 눈에 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이런 작품을 쓸 때만 해도 그에게 '이후 이 습작(?)들은 세계를 움직일 장르 문학의 시발이 될 것이다' 같은 인식은, 그가 아무리 천재였다고 해도 별반 없었을 줄 안다(반면 도일 경의 경우 극단적으로는 이 통속물이 자신의 궁극적 명예에 지장까지 있을 줄로 걱정한 바 컸지 싶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쳐도,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올 어느 사소한 작품에조차도, 어머니의 섬세하고 보편적이라 할 사랑의 손길을 뻗는 데 주저하지 않은 익애의 창조주였던 듯하다. 그는 상상 가능한 모든 반론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예선적 진압을, 때로는 맹목적 옹호 외에는 길이 없다는 듯 중언부언에 가까운 어팔로제틱을, 본체적 진행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할당하여 유장하게도 텍스트화하고 있다. 근대 작가 중 진정 프로이트적 재조명이 필요한 이가 바로 그 아닐까 싶게 말이다. (계속)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2

댓글쓰기
  • 사슴

    ㅇㅅㅇ;;; 조르주 아저씨 글 읽는 내내 제가 좀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 ㅋ_ㅋ 우리가 읽는 셜록홈즈는 그냥 쓰인게 아니었군요?! 헤헷

    2012.08.21 22:2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아 그런 불필요한,... 이건 그저 일반적인 세태 비판에 지나지 않아요. 흠..

      음 사슴님, ㅎㅎㅎ 제 글이 그렇게(즉, '셜록홈즈는 그냥 쓰인 게 아니었다'라고) 읽히시나요? ㅎㅎㅎ 제 의도와는 정반대의 독해를 하시는... 하긴 아직 글이 미완성이라서 그럴 만도 하시지만...

      2012.08.21 22:24
    • 사슴

      히히 그게 승영조씨판 1~4를 읽고 드린 댓글이라... 헤헷;;;;

      2012.08.21 22:27
    • 스타블로거 조르주

      ㅎㅎㅎㅎ 네 알겠습니다.
      저는 이걸 읽고, '이거 생각 외로, 막 쓴 거였네?'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네요 요즘,

      2012.08.21 22:28
    • 사슴

      ㅇㅅㅇ;;; 제가 드리는 댓글이요? 꼼꼼이 읽어 보는데...
      솔직히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잘 읽어보려고 노력해요~
      아저씨 글 읽으면 뭔가 얻어가는 느낌이거든요~

      2012.08.21 22:48
    • 스타블로거 조르주

      네 ㅎㅎ 주관적인 글이지만 가능한 한 공정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될 수 있으면 많은 내용을 적은 분량에 담으려고 애씁니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글이 안 되려고도 의식하고 있고 말이죠.

      그래 주시니 감사!!!

      2012.08.21 22:50
  • 조르주님의 글은 아주 잘 읽힙니다^^ 시원시원한 것이 매력이죠 ㅎㅎ ㅎ

    2012.08.22 10:4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ㅎㅎ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지금 컴터 하기가... 점심시간에 돌아오죠)

      2012.08.22 10:43
  • 조르주님의 글에는 영감을 주는 오묘한 힘이 있어서 한단계 발전하려는 리뷰어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됩니다^^ 저 또한 조르주님의 글을 보면서 자극받았고 발전했죠 ㅎㅎ

    2012.08.22 11:0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조르주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2012.08.22 14:43
    • 요즘도 조르주님의 글을 보고 감탄하면서 자극받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좋은 글을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2012.08.22 14:50
    • 스타블로거 조르주

      오늘은 최고조조님께서 감사한 덕담을 많이 남겨 주시는군요. 사실 저는 사는 곳도 서로 멀지 않은데, 언제 한번 술이나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생각이 계속 떠나지 않고 있답니다^^

      2012.08.22 14:5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