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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WINDS OF WAR일 뿐이며, 반드시 '폭풍'처럼 대규모의 현상을 콕 집어 지칭하는 건 아니겠으나, 다만 내용이야 유감 없이 '제목값'을 발휘한다. 이 드라마는 내 기억으로 거의 10부작에 가까운 대기획으로 편집해서(미국에서는 7부작), 본방은 주중 늦은 시각, 재방은 토요일 오후 2시경에 틀어줬던 걸로 기억한다. 대략 아마 1987년경이었지 싶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나는 이 드라마를 근 25년만에 다시 보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 파편과 오해 덩어리의 오기(誤記)에 가까운지를 절감했다. 명확하게 복기할 수 있는 장면은, 미친 추남인 히틀러가 막 악을 쓰거나, (비슷한 시대에 방영되던 드라마 '지금 평양에선'의 김병기씨가 맡은 '경애하는 지도자동지'처럼) 신경질을 막 부리던 그런 씬이 고작이고, '에어울프' 아저씨의 활극(주먹질) 포함한 맹활약과, 알리 맥그로('러브스토리'의 히로인. 많이 늙은 모습이었다) 사이의 미묘한 긴장 같은 건 전혀 흔적도 없이 잊혀진 지 오래였다. 너무 어렸을 때 봤다는 디스어드밴티지가 있겠고, 또 그간 있었던 일을 다 기억하기엔 내가 너무 많은 경험과 두뇌노동을 다른 분야에서 했다는 점 도저히 부인 못 하겠다. 세월 앞에 장사 없는 것이다.

미친 히틀러만큼이나 잊혀지지 않는 피처는, 단연, 마릴린 먼로와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인상 깊은 열연을 보였던 로버트 미첨이다. 비록 주인공이지만 뭔가 치명적인 핸디캡을, 스토리상의 설정으로라도 떠안아야 자연스러웠던 이 나름 대배우는, 꺼벙한 눈 때문인지 어딘가 불량스러운 이미지 탓인지(그렇지만도 않은데) 당대 대중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지는 못했어도 선 굵고 깊이 있는 연기를 출연작마다 성공적으로 완수해내는, 제작자 입장에서 믿을 만한 생산 팩터로 항상 신뢰감을 주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나한테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의 배우였는데, 그는 1997년 프랭크 시내트라와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나, 시사주간 TIME의 같은 페이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평판이나 비중의 차이는 매우 큰 편이었는지, 그 인기도나 영향력을 비례 평가한 결과로 기사의 박스, 컬럼의 크기도 달리하여 지면상으로 독자에게 제공되었다(이 얘기도 당시에 부친과 주고받은 기억이 짠한데, 그 이듬해엔 조지 C 스콧이 또 갑작스레 타계하여 한창 화제로 삼곤 했다).


이 미니시리즈엔 앞서 말했듯, MBC에서 일요일 오후에 방영했던(KBS 2TV의 17부작 'V'와 그래서 겹치는 문제가 있었던...), '출동! 에어울프'에서 주연을 맡았던 잔 마이클 빈센트도 기용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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