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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이어짐)일류 변호사 페리 메이슨은 지구 반대편 세상에 사는 꼬마들 사이에서도 1) 한때 인기가 높았고, 2)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페리 메이슨이란 이름을 내가 처음 접하게 된 건 국민학교 때였다. 특정 세대(내가 즐겨 쓰는 말이지만, 이 말이 포함하는 폭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최소한 이 블로그에서 내가 쓰는 의미로는 그러하다)에 속하는 중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한 권쯤은 사서 갖고 있던 '세계의 명탐정 44인(이가형 편역['편역'! 이문열의 '평역'도 참 의미 파악이 아리까리한 말이지만, 그보다 역사가 더 오랠 이 '편역'이라는 단어야말로 적잖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시점까지도 그 의미가 명확히 와 닿지 않는다. 원텍스트에 뭘 어떤 작업을 벌이면 그게 '편역'이 되는 걸까? 음? 뭐 무슨 '편육'도 아니고 말이다. 설사 그 의미를 분명히 경계지은 후라 해도, 이제는'난도질'과 이 '평역'의 분별은 또 뭘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이 뒤따른다]의 바로 그 책 말임)에, 아마 변호사 신분으로서는 유일하게 이 캐릭터의 이름이 뽑혀 있었던 덕 아닐까 한다. 그 당시는 정보와 지식의 소스가 드물던 시절이었으므로, 아이템의 인기가 갑자기 상승한다 싶으면 대개 그 경로가 정해져 있었다. 아, 물론 제 아비에게 잔혹한 학대를 받고 자란 늙은 무지렁이는 이런 사정에 대해 캄캄 무지할 수밖에 없고, 제놈의 뇌리를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그 지독한 트라우마를 달래기 위해 딴에는 고급의 취미를 가장, 가공하여 예컨대 영화 관람 따위의 요란한 라벨을 이마빼기에 붙이고 누가 좀 봐줄세라 미친 유세에 몰두 중이다. 얄팍한 책에서 베낀 몇 줄의 구호로 보잘것없는 머리통을 도배하는 걸 정신 작동 메커니즘의 전부로 삼는 인생이, 제 밥벌이인들 변변한 수준으로 꾸릴 수 있겠는가? 상처를 완벽히 공유하는 썩은 된장은 바로 이 구린 악취를 이기적인 후각으로 낼름 캐치하고는 미친 듯 그 분비물을 빨아대는데, 이건 자연의 생리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가 변에 이끌리는 파리의 유충을 타매할 수 있겠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럼 (이제는)대학 학부 과정을 갓 마쳤거나,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딜 그룹에 속한 그 세대들은 이 캐릭터의 이름을 어디서 들어 알았던 걸까? 이들은, 성장한 출신 집안의 사정이나 레벨 따위에 관계 없이,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저 책자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라고 해도, 과거와는 달리 어떤 아이템 하나가 일정 수 이상의 집단의 주의를 오래 잡아 끌고 있기에는 너무 그 양과 종류가 많고, 그 당연한 결과로 한때 그토록 인기를 모았던 연예인이니 잡담거리니 하는 것들을 몇 개월 지난 시점에 꺼내어 물어 보면 변변한 기억을 갖고 대답하는 이가 거의 없다. 총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각각의 대뇌에 내장된 '퍼지' 프로세서가 알아서 자동 삭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건 단순한 가십이 아닌, 내 존재 일부를 형성하는 추억의 스터프이다. 마음 한 켠 여유 디스크 공간에 소중히 압축 파일 형태로 백업해야지.' 뭐 이런 생각은 어느 정도 나이 이상을 먹은 세대라야 프로그램 명령어 한 줄로 소스 코드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고, 현대 한국에서 몇 살 밑으로의 어린 층은 아예 이런 개념 자체가 일찌감치 제거된 상태라고 봐도 된다.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당연하며, 그만큼 우리가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예외적 존재라는 뜻이다.


이제 진짜 본론의 궤도로 완전히, 안정적으로 진입하겠다. 자, 그럼 키덜트와 진짜 '애덜'한테 한때나마 그토록 유명했던, 이 캐릭터 페리 메이슨은 과연 명변호사인가? 정말 그럴까? (계속)



http://blog.yes24.com/document/690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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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조르주

    다음 포스트에서는 원제에 대한 해설을 내 나름으로 간단히 푼 다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덧붙여 보려 한다.

    2012.11.25 05:01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