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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거 아닌가?

[도서]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장기하 씨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 번은 지인이 정말 웃긴다며 노래 하나를 던져(?) 줬다. '부럽지가 않어'란 장기하 씨의 노래였다. 처음으로 장기하 씨의 노래 한 곡의 가사를 잘 읽어보며 들었다. '이 사람의 생각엔 뭐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장기하 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게 된 건, 최근 러닝머신을 뛰며 보게 된 TV 유퀴즈(유퀴즈 온더블럭. tvn)에서였다. 책을 좋아한다고 다른 이에게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책 내용이 기억도 안 나고, 책 소개를 잘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긴 한다고 말했다. '나뿐만이 아니구나!' 내 생각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손뼉을 쳤다.(저렇게 잘난 사람이 나랑 비슷할 때 우리는 더 환호한다!) 그리고 그는 책 한 권이 끝날 때까지 하나만 쭉 읽지 않고, 여러 책을 돌려본다고 했다. 책도 TV 채널처럼 이게 지겨울 때 다른 걸로 본다는 이야긴데 아주 신박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러한 이유로 장기하 씨의 책이 읽어보고 싶었다.

 

 

한 사람을 만나 그와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듣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쭉 이어가다가도, '에이 그게 아니잖아!'라고 말할 상대방의 의중을 캐치했다듯 거기에도 대처하는 말을 (알아서) 한다. 이런 식의 전개가 꽤 많다. 한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두루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는 그의 생각의 스펙트럼이 좋았고, 신선했다.('기분'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존중해주는 사람이라니!!) 당연하다 여겨왔던 걸 '그건 그렇지 않은데?'라고 말하는 것도 괜찮았다. 생각에 깊이도 있었다. 그래서 재밌고, 깨닫지 못했던 다른 것을 깨달아가는 느낌이다. 친구 특히 생각이 남다른 친구와 진지하지만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하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다 말이다. 요것이 에세이의 매력!

 

어렸을 때 가졌던 세상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은 많이 줄어들었다. 체력도 기억력도 예전만 못하다. 이십 대의 내가 노래하는 영상을 보면 ... 그야말로 날것 같은 펄떡임이 느껴진다. 아마 그런 종류의 매력은 이제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살면서 획득한 플러스와 마이너스 중 어느 것이 더 큰 가. 답하기 어렵다. 어느 시대의 음악이 더 세련되었나 하는 질문만큼이나 말이다. 명백한 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그것은 내가 한 걸음 한걸음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로큰롤도, 장편영화도, 인류도 아마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p.183-184

 

먹는 이야기도 재밌다. 라면을 잘 안 먹었다던 그가 끓인 라면 이야기는 그다지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ㅋㅋ 저도 저만의 레시피가 있거든요!) 재미있게 나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끓이는 된장찌개, 그리고 데친 두부와 반찬들을 보며 단출하지만, 그 밥상에 나도 끼고 싶을 정도로 끌린다.

 

솔직하다. 유명인인데다가,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그가 누구를 부러워할까나 싶다. 그의 노래 '부럽지가 않어'는 반어법을 담고 있지만, 그는 꼭 노래 가사 '하나도 부럽지 않어'라고 말하는 사람일 것만 같다. 하지만 그도 팔로워 수가 많은 이들을 부러워하고, 턱 선이 날렵한 사람을 부러워하고, 농담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단다. 그래도 자기만의 합리화와 정당성으로 자신을 설득했지만, 5분도 안 되어 인스타그램을 보며 다시 부러움의 늪에 빠진다. 결론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그의 토로와 솔직함이 좋다.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인 게 분명한데, 그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다. 공감이 가는 글을 적었다.

한편으론 영 공감이 안 간다. 그는 (나와 달리) 역시 '난 사람!!'이니까.ㅎㅎㅎ(S대에, 히트곡도 있고, ... 등등)

하지만 이상하게도, 피드를 살피다 보면 그중 단 하나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대신 나보다 팔로어 수가 많은 사람들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서두에서 말한 이유로, 팔로어 수가 많든 적든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켜는 순간 그런 생각은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나도 나름 연예인인데 대체 왜 이렇게 팔로어 수가 적은가, 나보다 커리어를 훨씬 늦게 시작한 이들도 나보다 팔로어 수가 많은데 나는 과연 무얼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 등 의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p.188 ...

 

다 가진 사람 같은데, (글로는, 한편으로 글에서 많은 점이 드러나기에 거짓 같지 않다) 겸손까지 엿보인다. 욕심도 그다지 많지 않으면서도 그의 주관에 따라 잘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그의 생각은 남다르고 배울만하고, 되새겨볼 만하다. (다시 말하면) 신선하고, 재밌고, 딴 세계의 경험과 같다. 그래서 당신도 나처럼 좋다고 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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