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빨간 색깔의 책,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되었다.
본 책을 처음 보고 무서웠다. 무서움과 긴장감을 주기 위한 의도였다면 성공이다.
우리에게 세계대전은 다른 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아픔이다. 세계대전하면 우리는 일본을 떠올리게 되고 국권 강탈, 국모의 죽음, 국가의 상실과 같은 극단의 고통의 기억이 따라온다. 그래서인지 전쟁이라는 단어, 세계 대전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공포스럽다.
나는 시사를 책 보다는 신문으로 주로 신문의 타이틀로만 읽는 정도의 시사에 문외한이다. 이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책으로 또 역사가의 책으로 현 시대를 여러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말 속에 "저자 에마뉘엘 토드의 견해는 매우 논쟁적이고 '일반 통념에 반하는 소수설'에 불과하다."는 글이 있는데 이 글을 곱씹어 읽어보면 그의 견해는 상당히 논리적이며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글을 쓰는 저자는 '시민으로서의 나'가 아닌 '역사가로서의 나'입장에서 서술했음을 책의 시작에 밝히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인 조 미어샤이머의 주장에 상당 부분 동조하며 그 기조위에 이 글을 썼다. 다만 미국이 이 전쟁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입장과는 달리 미국 또한 사활이 걸린 문제로 전쟁은 장기전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푸틴에 대한 비난과 질타의 여론과는 달리 저자는 이 전쟁의 책임을 미국과 NATO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힌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전 1994년 우크라이나 핵포기 결정을 러시아의 침략에 직면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던 유일한 사람이다.
이번 전쟁에 서유럽 국가는 지정학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가 완전 사라지고 모두 감정적으로 흘러간다.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은 NATO가 러시아 국경까지 세력을 확대한 것으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생존과 관련된 사활문제로 거듭 강조해 온 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유럽 전체를 지배라혀 들 것이다. 푸틴에 대한 타협 같은 융화적 태도는 히틀러의 폭주를 허용한 1938년 뮌헨회담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냉전 후 NATO는 두 차례 동진했다. 1990년 독일 통일 때 NATO는 동진하지 않겠다고 러시아와 약속했지만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NATO가입.
2004년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리트비아 리투아니아 NATO가입으로 두 차례 동진했고 러시아는 받아들였다.
2008년 NATO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를 논의 했고 이에 푸틴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음을 경고했었다. 하지만 NATO는 실질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가입국으로 받아들였고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켰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의해 전쟁을 일으키도록 부추긴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혁명'(친러 정부에 반대)으로 야누코비치 정권이 무너지고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편입, 친러파가 동부의 돈바스 지방을 실효지배한다. 러시아의 침공에 예상을 웃도는 우크라이나의 저지는 미국과 영국의 군사지원의 성과인 것이다. 여기에 무정부에 불과하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으로 인해 애국심이 끓어올라 더욱 열심히 항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파악한 미국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NATO가입국으로 만들어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미국에 대항할 수 없는 종속적 위치로 만드는 것, 러시아와 유럽이 친해져서 미국이 더이상 필요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 세계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을 계속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고립되지 않았다. 이 전쟁이전 미국은 중국을 제1의 공격대상으로 삼았었다. 그런 중국이 이 전쟁에서 어떤 입장을 가질까. 중국은 러시아를 원조한다. 러시아가 무너질 경우, 다음 타겟은 중국, 자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초 강대국은 하나보다는 둘, 셋이 되어 균형을 유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저자는 이 전쟁을 보는 각 국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푸틴 입장에서의 오산, 서유럽의 오산, 미국의 입장에서의 오산을 나누어 정리해 주었다. 현재 서유럽이 가하는 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가 왜 무의미 한지, 러시아에 대한 공포와 증오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족 시스템을 기반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질적인 사회 구조를 파악하며, 더 나아가 이번 전쟁이 '민줒주의 진영'과 ' 전제주의 진영'의 대립으로 보는 것이 아닌, '자유주의적 과두제 진영'과 '권위적 민주주의 진영'의 대립으로 봐야한다고 한다.
이 전쟁으로 유럽은 푸틴을 연일 비난하며 러시아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로서 러시아 루블화는 바닥을 쳤지만 바로 반등하여 정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통화가 급락하여 인프레가 야기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던 에너지가 차단되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러시아를 대신해 유럽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입장으로는 러시아와 유럽이 등을 지는 사태가 오고 그것은 미국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될 것이므로 미국은 이 전쟁에서 이득을 얻는 쪽에 있다. 이것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려 하고 무장화시켜 전쟁을 부추긴 이유가 되지 않을까. 자국민은 희생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이 전쟁으로 러시아는 미국의 의도를 저지하고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대국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이 전쟁은 '강한 러시아가 약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으로 보이나 실은 '약한 러시아가 강한 미국을 공격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이 전쟁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어샤이머의 의견과는 달리 이미 미국은 깊이 관여했고 미국의 입장에서도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어 전쟁은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전쟁이 장기전이 될 때 각국의 입장, 서유럽,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중국의 입장에서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이 전쟁을 1차 세계대전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중산층의 집단적 광기 덕분에 별일 아닌 사라예보 사건이 세계대전으로 번졌던 것처럼 지금 우리가 서로 강대강으로 치닫는다면 '3차 세계대전으로 간다'는 저자의 예견이 맞아떨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을 세계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바라보는 한 역사가의 통찰력 깊은 시각을 이해하게 되었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