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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굴레

[도서] 일본의 굴레

태가트 머피 저/윤영수,박경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일본이라는 복잡한 나라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놀라운 통찰력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모른체하고 있는 나라, 기록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도 한국의 실효권 아래 있는 독도를 언젠가부터 갑자기 자신들의 땅이라 우기는 일본은 친근하면서도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은 복잡한 감정이 드는 나라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감정적인 반응이 앞서지만 실제로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이런 반응은 애증 섞인 가까운 관계의 익숙함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친구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던 내 모습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때로 한 나라에 오래 산 외국인이 현지인 보다 그 나라를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경우가 있다.

 


 

저자 R. 태가트 머피는 미국인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40년이 넘는 세월을 일본에서 보냈다. 책에는 그가 평생 일본에 살며 일본에 대해 보고 배운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나라와 교토의 성립부터 시작해 전국시대의 혼란, 에도 시대를 거쳐오며 이룬 눈부신 문화유산.

 

이후 오랜 쇄국의 시기를 보내고 각성하듯 깨어나 서양 세력들과 발걸음을 나란히 하게 된 메이지 유신, 전 세계에 그들의 광기를 똑똑히 각인시켜 주었던 제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과 함께 모든 걸 잃고 다시 일어나 부활하듯 전후의 경제 기적과 더불어 그 안에서 탄생한 샐러리맨 문화까지.

 

또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여 명성을 누리다 1980년대에 이르러 그 정점을 찍은 버블의 형성과 붕괴, 그리고 최근의 아베 정권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정치와 문화를 넘나들며 일본 사회에 대한 다방면의 뛰어난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메이지 유신 이후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구 열강의 대열에 합류하려던 짧은 시기의 압축적인 노력이 어떻게 현재까지 영향을 미쳐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바꾸어 놓았고, 어떻게 여전히 일본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굴레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이지 유신이 천황 제도와 의회제도라는 두 가지 허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서 유신의 주역들이 과두 정치를 펼쳤다는 지적, 그들이 나이가 들어 죽이면서 남긴 커다란 권력 공백의 공백으로 인해 최종 책임이 없는 관료에게 휘둘리는 현재의 일본 정치의 구조가 탄생한 배경까지.

 

일본의 조직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최종 책임의 소재가 없는 문화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그토록 분노하던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도 연결되어 신사참배를 하는 아베의 모습이 겹쳐졌고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왜 그런 행보를 보이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36년에 걸친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이후 1960년대 이후 시작된 우리의 경제 성장의 동력은 일본의 것을 그대로 들여온 덕에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곧 40년이 될 저성장 문제, 언론의 독립성, 사법 개혁,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우리에게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숙제로 남아있다.

 

이렇듯 수십 년간 열심히 일본을 따라가던 한국은 독자적인 발전 궤적을 보이는 면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일본의 과거를 들여다봄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들과 닮아 있는지 그렇기에 어떻게 그 과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패권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넘어오기 시작한 지금 중국은 새로운 강대국이 되었고, 호전적이던 제국주의 일본의 시대는 끝났다. 이웃한 나라들이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건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야를 넓혀준 든든한 참고서, 다시 펼쳐보고 싶은 멋진 벽돌 책 <일본의 굴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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