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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일렁임은 우리 안에 머물고

[도서] 마음의 일렁임은 우리 안에 머물고

강수정,김남숙,김상혁,박사,박연준,서효인,송경원,유재영,이다혜 등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중학교 2학년 어느 주말에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같이 영화 <무사>를 보러 가자는 전화였다. 무사? 대충 어떤 영화인지는 알았다. 정우성, 장쯔이, 안성기 배우님의 얼굴과 제작 규모를 내세운 문구가 찍힌 영화 포스터를 신문과 잡지 광고에서 봐둔 덕이었다. 내가 모르는 건 그 영화를 어디서 보냐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이제 막 개봉한 영화를 극장에서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영화는 비디오로 빌려보거나 명절 특선으로 보는 매체였다. 광고나 영화 정보 프로그램 등에서 소식을 접한 개봉 영화의 포스터를 동네 문화게시판에서 보기는 했지만 그 영화를 당장 어디서 볼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당장 볼 수 있단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이런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는 정도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친구의 전화를 받았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단관극장이란 곳을 가게 됐다. 단관극장은 그 즈음 봤던 드라마 <올인>에서 본 70년대 극장의 모습과 비슷했다. 극장 간판의 옛스런 글씨체와 직접 그린 커다란 영화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손으로 쓴 매표소 안내 글씨와 그곳에서 4천원인지 5천원인지를 내고 받은 종이표와 그 종이표를 곧바로 내고 들어선 극장의 시멘트 바닥과 오징어와 강냉이 팝콘을 팔던 매점과 철제로 된 극장의 의자 등 모든 것이 낡고 오래된 곳이었다. 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의 포스터 아래로 극장 이름이 매직으로 쓰여진 글씨를 보며, 동네 문화게시판에 붙은 영화 포스터가 그제야 생각났다. 그런 거였구나. 이런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거였구나. 그날 <무사>를 봤던 덕에 나는 같은 해에 개봉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비디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볼 수 있었다.

그 전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경험이 없지는 않았다. 집에서 가까운 문화예술회관에서 한 번씩 영화 무료 상영을 한 덕이었다. 예술관이라는 이름에 맞게 연극이나 음악 공연도 하면서 가끔 영화 상영을 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스폰>, <불가사리>, 고지라 팬 사이에서는 질라라 불리는 98년 헐리우드 판 <고질라>, <용가리> 등을 봤다. 모두 초등학생이었던 내 취향에 맞는 코믹스 원작 영화와 괴수 영화였다. 영화를 상영한 예술관 쪽에서 주변에 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단위 관람객을 생각해 일부러 그런 영화만 상영했는지, 아니면 여러 무료 상영 영화 가운데 내 취향에 맞는 영화만 골라 보다 보니 그런 영화만 보게 됐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문화예술관의 무료상영 영화보다 앞서 극장에서 본 영화로는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이 있었고, 그보다 앞서서는 가톨릭회관에서 본 <토이 스토리>가 있었다. 영화만 상영하는 전문극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는 <토이 스토리>가 되는 셈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보았던 이 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이래저래 추억이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추억여행은 여기까지만.

나의 첫 영화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마음의 일렁임은 우리 안에 머물고》에 실린 열 편의 에세이를 읽다보니 자연스레 나의 첫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열 분 작가님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 때문이다. 좋은 책은 그 책에 담긴 내용 이상을 독자에게서 끌어내는 책이라고 한다면, 읽는 이의 추억을 자극해 끌어내는 이 책 또한 좋은 책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우리의 첫 영화가 만든《마음의 일렁임은 우리 안에 머물고》, 그 일렁임이 평범한 우리 삶에 굽이굽이 남긴 흔적을 더듬어봐도 좋겠다.

#마음의일렁임은우리안에머물고 #테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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