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가정사를 지닌 이수는 동생 이지와 아빠, 셋이서 어느 팬션으로 여행을 온다. 우중충한 날씨에 팬션에는 교회에서 수련회를 온 학생 일행 등을 빼면 이렇다할 사람도 없다. 그런 휑뎅그렁한 분위기에도 즐거운 추억을 만드려 애쓰는 아빠의 마음에 이수는 괜히 신경질이 난다. 신경질이 나는 상황이 더 신경쓰이는 가운데, 이곳 펜션에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쫓기는 상황이 된다.
전형적인 이 설정을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정체불명의 괴수를 초반에 등장시키는 등 흥미롭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주요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디테일로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쫓기는 상황을 문장으로 그려내는 연출력은 특히 빼어나다. 여기에 곰과 늑대의 결합종인 정체불명의 괴수까지 더해지니 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어덜트 소설을 읽다보면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디테일과 설득력 때문에 아쉬움을 적잖이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는 작품이었다. 인물 만큼이나 중요한 괴수의 설정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미덕을 살린 설정이 아닐까 한다. 그 작품 이후 오랜만에 보는 국산 괴수물이기도 하고.
특수효과와 cgi가 필요한 작품이지만 주요 서사의 공간과 시간이 제한된 덕에 영화화하기에도 알맞아 보인다. 오래지 않아 영화화 소식을 기대해봐도 좋을 작품이 아닐까. 내 안의 상처와 맞서 어른이 된 이라면, 괴물에 맞서 성장하는 이서와 수하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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