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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도서]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정말 하나하나 너무 좋아서 아껴가며 읽은 소설집이다. 우선 목차에 따라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별 모양의 얼룩>을 읽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참극들이 떠올랐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며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브로치를 단 아이를 봤다는 슈퍼 주인의 말에 아이 옷에 묻었던 얼룩일 거라고 생각하며 실낱 같은 희망이 보이기라도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는 그 절박함과 간절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가슴 깊이 박혀오는 작품이었다.

표제작인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남편 제이슨의 성적 지향성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더구나 챙이 등장하는 순간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주인공인 '나'가 사실을 목도한 후 펼쳐진 제이슨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다.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나'의 희생이 필요했던 상황 역시 예상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대처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도 않고 너무 공포였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쓰지는 않지만 어쩐지 장롱이 무서워졌다.

시골로 쫓겨온 경찰이 주인공이었던 <파리>는 폐쇄적인 시골 특유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살린 작품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사람 하나를 망가트리는 이야기가 충격적이면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모두 공모자가 되어 결국 멀쩡했던 한 남자를 총까지 들게 만들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밤의 밀렵>은 읽는 내내 무서웠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작가님의 필력에 멱살이 잡혀서 긴장한 채로 조마조마해 하면서 읽었다. 이 이야기는 노루 사냥이 아닌 인간 사냥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였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여도 상대가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함부로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 속의 네 남자처럼 과거를 숨기면 그걸 어떻게 아나 싶기도 하고... 참으로 참혹하고 잔인한 이야기였다. 약혼자를 비롯한 네 남자의 우정이 지금까지 결속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진심으로 끔찍했다.

<새끼 손가락>을 읽으면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소설인 줄 알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 여자인 '나'가 느끼는 긴장감과 불안함, 초조함, 두려움과 공포를 나도 똑같이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새끼손가락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 덕분에 이내 긴장이 탁 풀리며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과정은 스릴러였지만 결국에는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반복해서 떠오르는 작품은 <개망초>였다. 뺑소니사고를 당하고 강물 속에 유기된 고등학생의 영혼이 화자가 되어 진행되는 소설이어서인지 새롭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지만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나는 형용할 재간이 없다. 발견되었을 때는 신원조차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학생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너무나 소장가치 넘치는 작품들이 모여있는 소설집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속상하고 아쉬운 부분은 책이 배달되어 왔는데, 떡제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은 잘 펼쳐지지 않고 표지만 따로 겉돌면서 쫙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걸로 교환을 요청할 수도 없어서 그냥 책장에 넣었지만, 독서대에 두고 읽으면서도 너무 불편했고, 표지만 덜렁덜렁 너덜거려서 진짜 너무 속상하다. 특히 드물게 수록된 모든 작품이 좋은데 책 상태가 이러니 눈물이 찔끔 나려고 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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