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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에게

[도서] i에게

김소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는 시집을 좋아한다. 그리고 시집을 다른 이에게 선물도 꽤 했다. 다른 이들에게 선물할 때 시집은 좀 더 구체화되고, 접근하기 좋은 시집으로 택하는데 그래서 i에게를 꽤 자주 선물했었다. 너무 아름답고, 읽으면 이해가 가는 시집이니까.(시집을 정말 좋아하는데도 난 간혹 이해 안 가는 시집이 있다)

i에게는 표제작도 너무 좋다.

 

i에게

 

밥만 먹어도 내가 참 모질다고 느껴진다 너는 어떠니,

(...)

요즘도 너는 너하고 서먹하게 지내니. 설명 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매일매일 일어나니. 아무에게도 악의를 드러내지 않은 하루에 축복을 보내니. 누구에게도 선의를 표하지 않은 하루에 경의를 보내니. 모르는 사건의 증인이 되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듯한 기분으로 지금도 살고 있니. 아직도, 아직도 무서웠던 것을 무서워하니.

너는 어떠니. 도무지 시적인 데가 없다고 좌절을 하며 아직도 스타벅스에서 시를 쓰니. 너무 좋은 것은 너무 좋으니까 안된다며 여전히 피하고 지내니. 딸기를 먹으며 그 많은 딸기씨가 씹힐 때마다 고슴도치 새끼를 삼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여전히 괴로워하니. 식물이 만드는 기척도 시끄럽다며 여전히 복도에서 화분을 기르고 있니. 쉬운 고백들을 참으려고 여전히 꿈속에서조차 이를 갈고 있니. 너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마음에 든다고 밀했었다. 나도 그때 여기가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디로든 가야만 한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던 게 마음에 들었다. 지난겨울 내가 내다버린 나무에서 연둣빛 잎이 나고 연분홍 꽃이 피고 있는데 마음에 들 수밖에. 지난겨울 내가 만난 젊은이가, 아니 돌멩이가, 지금 나랑 같이 살고 있다. 나도 그 옆에서 돌멩이가 되었다. 뭐랄까, 우는 돌멩이 옆의 웃는 돌멩이이거나 외치는 돌멩이 옆의 미친 돌멩이 같은. 그는 어떨 땐 울면서 외치면서 노래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허밍을 넣지.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정말 아름답고 환한 시다.

'요즘도 너는 너하고 서먹하게 지내니'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데도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문장이며, '아무에게도 악의를 드러내지 않은 하루에 축복을 보내니.' 자신도 그래본 적이 있다는 위로의 시다. 시집을 읽으며 너무 많은 위로와 환희를 얻었으며, 단어를 음미하고 단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시인이 태어난다는 말,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시인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하지만 가끔씩 정말 시인으로 태어난 듯한 사람이 있는 듯 하다.

바깥이라는 시도 너무 좋아하니, 꼭 추천. 누구나 쉽고 벅차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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