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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

[도서] 아네모네

성동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전사(前史)를 알고나면 더 선명해지는 시들이 있다.

성동혁의 아네모네도 그러하다. 청색증과 곤봉지를 앓는 시인이, 왜 병증에 더 안 좋은 혹한의 모스크바를 가야 했는지, 모스크바에서 쓸 수 있는 문장은 뭐였는지 이 시집을 보면 알 수 있다. 뒤의 임승유 시인의 발문이 상당히 친절하므로 그 발문을 먼저 읽고 시를 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발문을 읽은 후 시를 읽으면 한결 쉬이 느껴지므로.

이 시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는 억양이라는 시다.

 

 

억양

 

만나면

털이 빠지는 꿈을 꿨어 모조리 노여워

노여워할수록

할 수 있는 게 줄어들어

분노는 바위산에 피어오르는 불이고

채울 것이 없는데도 타느라 이윽고

이윽고 스스로 거대해져

어떤 분노는 아래로도 솟구쳐

다리 위에서 한강을 내려다볼 때

수면이 차가울 거란 생각을 할 순 없었어

움츠러든 발등을 봐 모든 유작이

명작처럼 보이던 시간이 지났으니 한 문장만큼 더 살자

그 시기엔 얼굴을 모르는 사람의 죽음은 전혀 슬프지 않았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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