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피해자는 피해자로만 존재하기 어렵다. 시에서는 날카로운 날 것의 언어들이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겨낭된다.
"엄마는 늘 내게 욕을 했어요.
애미 잡아먹는 거미 같은 년이라고"
(27P 경진이네 - 거미집)
죽겠다고 고백한 날 동생도 고백했다
너 사람 죽여봤어?
성녀인 척하지 마 너도 중절 수술한 적 있지
자궁에 혹도 있을 거야 더러운 년
(31P 복어국)
실험적인 언어와 형식들이 가득한 시집.
아래의 시는 잘못 인쇄 된 것이 아니라, 동생 시진에게 프라이팬으로 얻어 맞은 날을 표현하기 위해 저렇게 만든 것이다. 화자는 그때 일어난 가격으로 인해 잠시 글자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시 속의 나는 피해자일 때도 있지만, 가해자가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으로서 폭력의 역사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시이다.
시를 읽으며 나의 삶에 새겨진 폭력의 역사도 생각하게 된다. 형태는 다를 뿐 나또한 누군가에게 가해자였고, 동시에 피해자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