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사랑에 갇히다

[도서] 사랑에 갇히다

서계수,코코아드림,정엘,헤이나,제야,양윤영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주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한 감상입니다.



 

'사랑에 갇히다' 는 팬데믹 시대의 로맨스를 그린 단편선이다. 우리가 헤쳐나가고 경험해가고 있는 미지의 세계를 그린 다양한 작가들의 상상력이 인상 깊었다.

 

너의 명복을 여섯 번 빌었어

첫 번째 단편선은 굉장히 촘촘하게 짜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은 갑자기 선영이 '나'인 희진을 화장실에 가두고 난 후부터 시작한다. 나는 폐소공포증이 있는 나를 돌연 가둬버리는 연인, 선영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선영과 나의 관계를 반추하기 시작한다.

'걘 좀 음침했'(24P)던 선영과의 첫 만남, 선영이 불현듯 울어버린 사건과 팬케이크에 대한 언급들. 하나하나 허투로 지나가지 않은 오브제들을 보며 작가가 처음과 끝을 굉장히 촘촘하게 연결시켜두었구나, 알 수 있었다.

단편은 회귀의 형식을 따라가나, 선영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절망적이고 무력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선영의 입장을 떠올리니 마음이 아팠다. 선영은 이별을 직감하며, 담담하고 조용히 고백한다.

"나는 너한테 말한 적이 있어. 내겐 가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그리고 넌, 네가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역사에서, 나를 항상 믿어줬어." (51P)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단편이었다.

 

방공호 안에는 구원이 존재하는가

이 단편은 너무나도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이라서 즐겁게 보았다. 소위 말하는 안아키,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 치유 능력을 믿는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에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에서 시작된 단편.

처음에는 자가 치유를 믿는 사람이 사이비처럼 방공호 속에 모여 '코로나 타도'를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방공호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사건의 주동자이자, 사기꾼에 가까운 나의 엄마도 결국엔 나를 방공호 속에 두고 떠난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천세주와 만나게 된다.

세주의 부모님은 나의 엄마에게 맹신을 가지고 있는 이며, 세주는 처음 그런 부모님을 말리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부모님의 등쌀을 이기지 못해 방공호까 찾아오는 인물이다. 세주는 나의 엄마를 찾아서 왔지만, 이미 엄마는 없다.

누구도 방공호에 있을 이유는 없지만, 세주와 나는 방공호에 있기를 결정한다. '둘 다 나가봐야 기다릴 사람도 없고 긍정적인 상황도 펼쳐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79P)'이다.

소설을 읽으며 일련의 간접적 가해자와 피해자로 엮인 두 인물이 외로움과 처지의 비슷함을 느끼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좋았다. 결국에는 완전 남이었던 서로가 서로의 단 하나뿐인 구원이 되는 듯한 그 관계도.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천세주라는 인물의 이름이 마치 구세주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비대면 로맨스의 함정은 서스펜스가 두드러지는 단편이었다. '나'는 우체통이라는 만남 어플(편의상 이렇게 명명한다)에서 만난 르네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르네의 이름도, 생김새도 아무 것도 모르는데 맹목적인 호감을 느끼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서스펜스를 느끼며 읽게 되었다.

 

전파와 꽃은 코로나 시대 이후 완전히 가상 현실이 주류가 된 세계관을 그렸다. 어른들은 지금과 별 다를 바 없는 말을 하며, ―"인터넷 친구와 지낸다고? 연아, 진짜야?" "아이고, 너 사람 무서울 줄 모르는구나" (172P) ― 중학생인 나는 거기에 염오감을 느낀다. 소설은 비대면 시대 속의 소통과 관계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종료되지 않은 사랑의 시대는 A와 B가 헤어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A는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더라도 B가 다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203P)' 면 B는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은 심리적으로도 멀어진 느낌'(203P)을 받는 사람이었다. 바이러스가 잠식한 '미래지향적'인 도시는 드론으로 택배를 배송하며, 신속 깔끔 효율적인 도시이다. 하지만 로봇들의 전염병, M-팬데믹이 시작되고 난 후 사람들은 다시 방호복을 입고 외출하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는 배려심 있게 설계된 인공지능, '한나'가 등장한다. 한나는 A와 B와, A의 친구 x, y, z와 다르게 이름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한, 읽으며 가장 '인간다웠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한나는 헤어진 나(A)와 B를 위해 "사람과 사람은 언제나 멀어질 수 있지만. 그것이 늘 영원한 이별이 되지 않는다" (226P) 라고 말해준다. 또한 M-팬데믹이 두렵지 않느냐, 라는 나의 말에 "네, 많이 무섭습니다." "하지만 마냥 두렵지는 않습니다." "다시 누군가가 스위치를 올려줄 걸 아니까요. 사람이 살아 있는 한 기계는 죽지 않습니다" (228P) 라고 답한다.

또한 나는 한나의 조언을 듣고 다시금 B와 만나게 된다. 인간과 로봇을 가르는 경계, 누구보다 인간적인 로봇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단편이었다.

한나라는 로봇이 정말 흥미로운 소재였다.

 

꿈에서 만나요는 어플 <드림메이트>의 마스코트 롤리의 독백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드림메이트>는 전염병 '크라운'이 창궐한 도시에, 더 이상 만날 수 없어진 장거리 커플을 위한 어플이다. 그리고 그 안의 마스코트, 롤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를 해준다. 소설은 크라운이 종식되고 나서 <드림메이트>가 서비스 종료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특히나 롤리의 독백이 기억에 남는다. 

"저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저를 이루던 정보들, 0과 1들. 있음과 없음들은 영원히 이 세계에 남아 있을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번에도…." (279P)

 

리뷰를 마치며, 변해가는 환경 속 코로나라는 위협을 직면한 우리가 앞으로의 사랑을 어떻게 이뤄나갈지,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즐거운 단편집이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정말로 이런 상황이 있을 법 하다! 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소설도 있었고 SF 소설처럼 공상과학적이고 판타지스러운 단편들도 있었다.

 

이 책은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