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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라이크 URBANLIKE (반년간) : No.42 [2021]

[잡지] 어반라이크 URBANLIKE (반년간) : No.42 [2021]

어반라이크 편집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반라이크 URBANLIKE (계간) : No.42 [2021] 는 출판사와 책 만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평소에 책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고는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몰랐던 책과 출판사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외부에서 책을 접히는 이와 내부에서 일하고 있는 이는 깊이부터가 다르다. 깊이 있는 책을 만들어 준 어반라이크 잡지에 우선 감사했다.

도서 출판 사업은 '외부'에 있는 내가 봐도 경제적인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사업이었다. 일하는 사람이 얻는 효용과 만족도의 크기는 감히 내가 평가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돈'이다. 단군 이례 최대 불황이라는 웃픈 문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 편집 업계에 종사하는 그들이 가진, 돈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던 책이었다.

 

마음 산책의 정은숙 대표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계기를 '즐거움'으로 뽑았으며,

Q. 「스무 해의 폴짝 머리말에서 대표님이 말씀하신 ‘최선을 다한다'라는 문장이 20년 동안 어떻게 마음산책을 꾸려왔는지 함축적으로 담겨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최선이 ‘즐거움'이라니요! 그 즐거움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A. 지루할 틈이 없어요! 언제나 새로운 원고와 저자들이 기다리고 있는걸요. 매번 다른 글을 읽으면 그때마다 다른 감정으로 와닿아요. 이 직업의 매력은 매너리즘에 빠질 새가 없다는 거에요. 저는 이 일만큼 생산적인 직업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늘 즐거울 수밖에요. (27P)

 


 

시간의 흐름 최선혜 대표의 가치관은 나를 뭉클하게 했다.

 

우리 대부분은 시류에 자신을 맡긴 채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려고 노력하며 산다. 여기에 성공했을 때 나의 시간과 세계의 시간은 동기화되며,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씩 알아 가고,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목격하면서 거대해보였던 세계가 비로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와 나란히 발맞춰 가려고 애쓰며 사는 삶이 언제나 좋기만 할까? 재미는 있을까? 나는 누구에게나 이 세계가 어떻게 되든 말든 나만 오롯이 존재하는 시간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창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건반 위의 철학자의 세 저자, 사르트르와 니체와 바르트가 우리에게 힌트를 줬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완전히 몰두하기.(43P)

 

하지만 이렇게 세계와 나란히 발맞춰 가려고 애쓰며 사는 삶이 언제나 좋기만 할까?

이 물음에 그동안 세계와 나란히 발맞춰 가려고 부던히 나를 깎았던 일상이 떠올랐다.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 일정 부분 '나'이기를 포기해야 했고, 사는 게 왜 이렇게 녹록치 않지? 고민했던 순간들. 최선혜 대표는 친절하게도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좋아하는 활동에 완전히 몰두하기'라고 말이다.

책은 이런 점에서 언제나 내게 좋은 매체였다. 깨달음을 얻게 해줬고, (명확하지 않을 순 있어도) 해답까지 찾게 해준다.

그리고 이번 계간 어반라이크를 보면서 눈에 띄는 출판사는 단연 "열화당" 이라는 출판사였다. 편집자, 디자이너 등 50인에게 출판사와 책에 관해 설문 조사한 페이지가 있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어디냐? 라는 물음에 열화당의 이름이 정말 많았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는 모르는 출판사였다. 그리고 궁금증이 일었다. 열화당, 도대체 무슨 출판사이길래 이렇게 많은 출판 편집인들이 사랑하는 것일까?


 

열화당은 오십 년의 세월 동안 인문주의적 예술출판을 해온 출판사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출판에 대한 가치관이 정말 남다르게 느껴졌다. 책 만드는 이는 모두 장인같지만, 개중에 특히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그런 출판사였다.

 

주제나 소재 면에서는 남들이 이미 많이 하고 있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주제별로 분류된 서가가 적당히 비어 있는 것을 보면 더 신뢰가 가고 마음이 끌립니다. 꽉 들어찬 서가는 왠지 답답하고 재미가 없어요. 열화당은 이렇게 빈 서가들을 채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75P)

열화당이 조금 특수한 좌표에 위치하고 있어 출판산업 전반을 진단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우리의 경험을 하나의 사례나 가능성으로 제시할 순 있겠지요. 저는 출판은 이윤보다는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열화당도 그런 방향성을 취했기에 경제적 성공은 못 했어도 꾸준히 지속해 올 수 있었고요.(80P)

 

인터뷰를 읽으며 열화당 같은 출판사가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번에 리뷰를 쓰고 난 후 열화당 책을 여러권 살 것 같다는 점이다.

프란츠와 6699press, 읻다 출판사 인터뷰를 모두 재밌게 봤고 인터뷰가 끝나는 페이지에 실린 북 컬렉션을 보며 정말 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출판하는 이의 마음과 정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잡지였고, 또한 갈리마르 출판사의 가스통 갈리마르, 민음사의 창립자 박맹호, 두 사람의 가상 인터뷰도 인상 깊었다. 두 사람 모두 이젠 작고하였는데, 두 사람의 생애가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적혀 있어서 일대기를 읽는 것보다 훨씬 쉽고 진심있게 다가왔다. 어반 라이크가 얼마나 고심하고 이 잡지를 기획하고 짰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한 맨 뒤에 있는 '에세이 속 에세이' 라는 코너에서는 눈물이 찔끔날 만큼 현실적이고 뭉클한 김보희 출판 편집자의 에세이도 볼 수도 있었다.

 

디자이너가 준 표지 시안이 책의 컨셉과 너무 달라도,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아도, 창고에 책이 입고되는 날짜가 늦어져도, 계획한 예산보다 작업비용이 초과해도, 책이 너무 안 팔려도… 등등등 문 제는 늘 발생하고, 우리는 그걸 해결합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 책 한 권이 만들어져요.
(중략) 이메일을 쓰고, 메시지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를 하고, 사람을 만납니다. 편집자의 말 3종 세트인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부탁합니다”를 입에 달고서요.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너덜너덜해진 채 퇴근하는 날이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해요. 이상하다, 분명 내 일은 책을 만드는 건데, 이 사람저 사람한테 감사하고 죄송하고 부탁하다가 하루를 보내버렸네.나, 오늘 회사에서 뭐 했지? (219P)

 

기록하고, 기획하고, 책을 만드는 모든 이들 파이팅. 그 사람들이 마음으로 만든 책이 언젠가는 나에게까지 와닿았으면 좋겠다. 이번 계간 어반라이크를 읽으면서, 책을 만드는 이와 그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심도깊게 알 수 있어 즐거웠다.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사고 싶은 책이 약 20권 정도는 더 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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