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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을 권리

[도서] 치료받을 권리

티머시 스나이더 저/강우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치료받을 권리'는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가 2019년 12월 맹장 수술을 받고, 이후 간의 염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경험과 현재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며 본인이 겪은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통찰하여 펴낸 병상일기이자 인문학 저서이다.

이 책은 "미국의 공적 질병", 코로나도 그 어떠한 전염병도 아닌 미국의 상업적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쓴 책이며, 이 책을 읽고 난 후 미국 의료의 민낯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민영화로 인해 손쓸 수도 없이 "경제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나는 이 책을 읽고서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미국의 시스템에 대해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탄생이 안전하지 않고, 누군가의 탄생이 다른 이들의 탄생보다 덜 안전하다면,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다. (...) 의료의 목적은 병든 사람들로부터 짧은 생애 동안 최대한의 이윤을 짜내는것이 아니라, 그들이 긴 생애 동안 건강과 자유를 누리게 하는 데 있다. 이 질병은 유독 미국의 것이다. 우리는 23개 유럽 국가의 사람들보다 먼저 죽는다. 일본, 한국,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레바논 같은 아시아 사람들보다 먼저 죽는다. (26P)

 

미국의 민영화된 의료 시스템은 맹장이 터진 저자를, 맹장 수술을 하고 난 후 감염에 고통 받고 있는 저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 미국의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저 환자를 최대한 빨리 내보내는 것, 병상의 회전율을 높여 더욱 더 많은 환자를 받는 것이다. 그들의 시스템은 철처하게 자본주의적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설령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의료'라는 측면에 종사하고 있어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느낀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괴로웠으며, 그렇게 선연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도 개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라는 사실이 절망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그 자리에 있어도 똑같았을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에게 내 아픔을 호소해도 그들은 내 말을 몇 분도 듣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병을 크게 키워 결국에는 죽음에 가까워 질 것 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12월 29일 아침나절까지도 나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약물 덕에 혈압이 꽤 올라왔지만, 의미 있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한 번에 단 몇 초 이상은 나에게 쓸 수 없었고, 내게 눈길도 거의 주지 않았다. 그들은 혈액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를 잊었고, 잘못
기록했으며, 어딘가로 자꾸 사라졌다. (46P)

그러한 정치가들은 백인들에게 당신들은 건강보험이나 공공의료 따위는 없어도 될 만큼 자존심 강하고 강직하다고 떠든다. 그들 말에 따르면, 보험이나 공공의료는 그런 혜택을 누릴 자격이 부족한 다른 사람들, 즉 흑인들, 이민자들, 무슬림들에게 이용당할 뿐이다. (...) 물론, 그렇게 떠드는 선출된 대표자들에겐 정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이 있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권자들에게는 딴소리를 한다. (76-77P)

 

상업적 의료 시스템은 그것을 소유한 정치가들, 보험회사들과 같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부를 안겨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병적인 시스템, 즉 미국의 공적 질병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

또한 이런 상업적 의료 시스템이 불러 일으킨 병폐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사태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병원에게 사람의 몸은 제시간에 날라지고 교체되고 내보내야 하는 물건이다. 너무 많은 수의 인체나 너무 적은 수의 인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병상을 유지하는 일에는 비용이 든다. (...) 여분의 병상은 결코 있을 수 없고 여분의 보호 장비나 산소호흡기가 있을 리도 만무하다. 분기별 수익에 목을 매는 관리자들은 10년에 한 번꼴로 도래하는 감염병을 고려 대상에 넣을 리가 없다. (168-169P)

 

저자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분노하고, 민영 시스템을 몰아내고 단일보험체재가 의료 시스템의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책을 끝낸다. 책에서는 연대라는 말이 참 많이 나왔다.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 줄 연대의 인프라" (106P) "연대란 발을 빼는 사람 없는 모두의 참여를 뜻한다"(189P)) 연대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이렇게 민영화된 시스템에 반해 개인이 혼자 맞설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시스템은 (정치인과 부자들과 같은) 너무나도 힘있는 자가 휘두르는 무기 같았고, 개인은 그저 다윗처럼 힘없이 작은 것 같이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윗이 그러했듯 그들이 병적인 의료 시스템과 싸워 승리하기를 바랐다. 인종과 국적이 다르다고 할 지라도, 우리는 모두 아프지 않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어찌보면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심지어 이 코로나 시국에도 말이다!) 우리는 돈이 많든 아니든 간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의료보장은 하나의 인권이라는 것, 그리고 꼭 지켜져야만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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