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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도서]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김숨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처음 책을 보았을 때,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라는 제목의 뜻을 알지 못했다. 그저 울림이 있고 무언가 심오한 것 같은 제목이다,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책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길원옥 할머니를 인터뷰하고, 인터뷰를 재구성해 소설로 쓴, 일종의 '증언 소설'이다. 

-

날 때렸어, 군인이 날 때렸어.

옷을 안 벗는다고, 손바닥이 아니라 모과 같은 주먹으로.

내 나이 열세 살…….

 

살아 나올 수 없는 데서 살아 나왔어.

 

여자들을 죽이는 건  못 봤어.

 

여자들이 자살하는 건 봤어.

칼로 자기 몸을 찔러서……

독한 여자들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어. 섣부른 여자들만 살아났어.

(27P)

 

결혼한 군인도 있었어. 자기 아내나 아기 자신을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던 군인도.

어떤 군인이 여자애에게 그랬대.

네가 예쁘고 착해서 일본에 데려가 같이 살고 싶지만 딸이 있어서 안 된다. 내 딸이 너하고 동갑이다.

그 군인은 살아서 고향 집에 돌아갔을까. 그랬으면 딸 얼굴을 봤을까.

(37P)

-

미운 사람?

나 그런 거 없는데.

 

사람이 열 명 있으면 착한 사람이 아홉, 나쁜 사람이 하나.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나쁜 사람 하나에게 받는 상처를 착한 사람이 아홉이 보듬어주니까.

군인들 중에는 착한 군인도 있었어.

(67P)

 

소설에서 말하는 이, 길원옥 할머니는 중국 가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만주로 갔다. 그리고 그곳의 군인들에게 끔찍한 짓을 당했다. 할머니는 말한다. "하늘나라에도 군인이 있을까. 군인이 있는 데면 나 안 갈래" (25P)

갖은 트라우마와 괴로운 기억을 가지고서도 그녀는 "미운 사람? 나 그런 거 없는데" 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놀랐다. 인간만이 아니라 세상도 원망할 것 같은데, 그녀는 미운 것이 없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 말도 믿지 않으려고 했어. 열 서나 살이던 우리 몸에 군인이 열 명, 스무 명 , 서른 명씩 다녀갔다는 걸.

아기를 갖지 못하게 수은을 먹이기도 했다는 걸, 자궁을 들어내기도 했다는 걸.

(중략) 

아이들을 죽인 군인도 천사가 될 수 있을까?

(92-93P)

 

책에서는 천사라는 말이 참 많이 나왔다. 길원옥 할머니는 천사를, "착하게 사는 사람이 천사야" (110P) 라고 말한다. 그러면 다시 한번, 제목에 대해서 이해하기 쉬워진다. 과연, 군인은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그들이 천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차치하고 우선 그들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을까?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만든다.

과연, 그들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가?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데, 그들은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이라도 있는가?

책을 보며 그들의 가혹 행위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동시에, 그 행위들이 너무나 잔인했기 때문에 위안부'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이루말 할 수 없이 끔찍했다가, 괴로워지기도 하였다. 책 속의 그녀는 말한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죽지 않았어.

나를 사랑해서 오늘날까지 살 수 있었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사랑해서 할 수 있었어.

너도 너를 사랑해.

(중략)

나를 사랑하는 거…… 그것이 시작이야.

그리고 말해.

군인들이 천사가 될 때까지.

(150-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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