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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도서] 트렁크

김려령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김려령의 '너를 봤어'를 읽고서 '내 30대 시절 가운데 최고의 책'이라고 단언했음에도, 왜 난 김려령의 글을 계속해서 찾아 읽지 않았을까?


문득 의문이 들어 김려령 작가 이름으로 발간된 도서를 훑어 보았다.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기도했던 작가는 꾸준히 아동 청소년 문학에서 유의미한 작품들을 써내려가고 있는 듯 했다. 정유정 작가가 청소년문학상 수상이후 독보적인 장르성으로 우리 문학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김려령 작가는 동화와 문학 사이의 불분명한 독자층을 대상으로한 중요한 작품들을 생산하고 있어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너를 봤어를 읽고는 '완득이를 썼던 작가가 쓴거야?' 라고 놀라기도 했으니, 아동문학가 동화 작가 처럼 청소년문학가라고 프레임을 짓는 것은 부족한 독자인 내 잘못일 것이다.


그렇게 찾아서 구매한 트렁크를 후쿠오카 여행에 가져갔다. 이륙하고나서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아차...' 책을 한권만 챙긴 것이 낭패였다. 여행 중이니 시간 날때 틈틈이 읽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여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짜장면 들이키듯이 금새 읽어 버렸다. 


5월 부터 산티아고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서는 없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련한 서적도 몇권을 사서 읽었다. 그 중 화자인 순례자가 노년의 캐나다인 여성과 '자유와 안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트렁크'를 읽으며 '자유와 안정'이라는 테마가 떠올랐다.


요즘처럼 경쟁은 치열하고, 사회적 안전망이나 피로 맺어진 친족이라는 네트워크도 부실해진 시대, 안정이라는 것은 최우선으로 꼽게되는 가치가 되었다. 공시족이라는 신조어도, 4포 5포세대라는 씁쓸한 젊은이들의 선택도 불안이 야기한 가치의 선택에 따른 삶의 방식인 것이다.


흔히 '결혼'이라는 관계설정을 '안정'으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에 관하여 세세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과 위기에서 필요로하는 인간적유대를 이해한다면, 최소한의 강력적 인적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결혼이라는 방식이 아직까지는 유용하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결혼을 안정으로 비유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혼이나 미혼은 '자유'로 상징되어진다. 이분법적이고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규정이나 정의는 아니니 추가적인 이야기는 배제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렁크는 상호모순적으로 보이는 비혼과 결혼을 결합시키는 '상품(용역)'을 소재로 한다. 그러면서도 한꺼풀 속에는 주인공의 선택이 안정과 자유가 어지럽게 섞여 있어 구분하기 어려운(좋은 경제적 보상이 따라오는 직업, 증오스러운 부모로부터의 해방-출장-을 제공하는 직업) 선택이 스며들어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들 또한 사회적 시선이 제공하는 안정과 주관적 욕망과 쾌락을 위한 자유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자유와 안정간의 갈등 그리고 타협을 통해서 진행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3가지 구도의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갈등구조의 소개와 제시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물들의 선택과 가치추구를 교묘(?)하게 서술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려령 작가는 어쩜 이리 내공이 높으면서도 욕심이 많을까 싶기도 했다.


나 또한 안정과 자유를 모두 원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 단순한 타협과 포기의 방식이 아닌 상생 혹은 하모니의 방법으로 말이다.


나는 더 용기를 가져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한 없이 신뢰할 필요가 있으며, 내일이 없을것 처럼 분방하게 살면서도,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 생각했다.


너를 봤어를 읽고 책을 추천하고 싶었던 한사람이 떠올랐다. 트렁크를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싶고, 함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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