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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도서]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사놓은 책도 다 읽지 못해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책소개를 하는 책은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냥 넘기기가 힘들었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시급하단다. 그런데 어찌 안 읽어드릴 수가.

게다가 장강명 작가가 여태껏 읽었떤 독서 에세이 중 가장 유쾌한 책이라며

추천을 했다니 아주 궁금했다.

 

저자의 이름은 낯설다.

출판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편집자로 20년 이상 일해온 베테랑 편집자이자 번역가라고.

그래서인가. 또 내가 제목만 많이 들어본 책이라든가,

책 제목도 안 들어본 책을 추천해주신다.

가슴이 아팠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별로 시급하지 않았던게야.

왜 그런 책들만 읽었던거지 흑.

 

사실 처음에 이책을 펼쳤을 때는 좀 따분했다.

언제 읽으면 좋은 책 하면서 두세권을 소개하는 형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두었다가 나중에 읽을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조금 더 읽다가

어느 순간 "아이고, 이렇게 글을 쓰다니, 나는 책 쓰면 안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읽었던 책은 그렇게 많지 않아 공감포인트는 줄었지만

그녀의 글쓰는 솜씨에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기만 한 날에는 포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두려움에 익숙해져 보자. 이게 신기하게도, 용기가 콸콸 샘솟는 건 아닌데 뭐가 됐든 덜 겁내게는 된다. 너무 자명하니까 포기하게 되는 일종의 후련함이랄까. 안 될 일이라면 어떻게 해도 안 될 것이고, 또 무슨 일인가는 피할 도리 없이 나에게로 움직여 오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의 손길을 부질없이 바라느니, 불행이 오는 때를 알지 못함에 감사하며 지금을 살겠다.

 

자신에게 너무 실망한 날엔 어떤 책을 읽어도 위로가 안 될 수 있다.

특이하게 저자는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추천한다.

내 앞에 어떤 인생이 다가올 지 알 수 없기에, 그 두려움에 익숙해보자는 의미란다.

 

명절은 흩어져 있던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 긴 시간을 함께 보냄으로써 각자의 결함 욕망 한계가 폭로되고 부딪히는 날이다. 우리가 겨우 이런 정도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때로 타인보다 더 어려운 식구들에게 낱낱이 들키는 날인 것이다. 그러나 가족은 제도나 규범, 또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쉽사리 해체할 수 없는 인간 사회의 기본 단위다. 그러므로 특히 당신이 아버지라면 남편이라면 아들이라면, 명절에 <자기만의 방>을 읽고 자식에게 아내에게 부모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노력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특이한 책 추천은 명절에 읽을 책에서도 나타난다.

명절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꽤 근사한 상황이다.

보통은 어디론가 이동하고, 이동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량의 음식을 만드는

심리적 육체적, 심지어 경제적인 부담까지 느끼는 일들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명절용 도서를 연령, 성별, 결혼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모든 상황을 이성에 의해 감수해야하는 여성들에게는 <논어>,

남성들에게 <자기만의 방>을 권하는 패기를 보라.

페미소설로 알려져 많은 남성들이 제목만 들어도 진저리를 칠 이 책을 명절에 읽으라 권하다니.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꽤 그럴듯 하다.

 

밤에 해야 즐거운 것들이 확실히 있다. 산책이건 왈츠건 심야 영화건, 각자 좋아하는 밤의 활동들을 하고 살려면 까짓것, 잠 좀 덜 자면 된다. 잠이 삶의 일부인 건 맞지만 인생의 목적이 잠은 아니니까. "잠을 깊게 자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 요란 떨지 마라. 불면증은 매우 불쾌한 것이지만 단기적일 경우 건강에 위험하지는 않다"라고 전문가 선생님도 말씀하신다.

 

지난주부터 건강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11시 전에 잠자리에 들고 있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11시가 넘는바람에 본의 아니게 항상 12시 넘어 잠이 들다보니 늘 잠이 모자란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다 늦은 퇴근이 가져오는 "개인시간"을 잠을 줄여가며 채우던 터라 취침시간은 계속 늦어졌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학원은 9시까지로 변경되었고,

조금 빨라진 퇴근과 아이들의 빠른 귀가 덕분에 비슷한 개인시간을 가지고서도 잠을 일찍 잘 수 있어 코로나19 덕을 보는 일도 다 있구나 싶다.

잠을 줄여가며 하는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뭔가 꼼지락거리며 가방 속 물건을 정리하기도 하고,

읽지 못했던 책도 조금 읽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실실 웃기도 하는 그런 사소한 일들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밤에 해야 제맛인 그런 일들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롯이 가질수 있는 나만의 시간.

그런 시간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불면은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책 따위 팽개치고 사람 바글바글한 홍대에 친구들과 몰려가 술 마시고 깔깔대고 싶다. 숯가마 찜질방에 누워 구운 달걀 까 먹고, 헬스클럽에서 구슬땀 흘리며 자전거 페달도 돌려 보고 싶다. 식당이라면 모름지기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요즘은 왜 그렇게 뷔페에 가고 싶은지, 절제의 덕은 부족하고, 평범하게 살아도 괜찮은 자유만 한없이 그립다. 당해 보고 겪어 봐야 자신을 안다니, 행실이 말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은 위선자일 뿐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뭔가 싶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증상을 조금씩 앓고 있다.

연말인데도 친구, 지인 한 번 만나지 못하고 지내다보니 정말 딱 죽을 맛이다.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친구는 핸드폰으로 비대면 만남도 가지는데 괜찮다고 추천해주었지만

전화도 오분 이상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난감한 방법.

언제쯤이면 친구들과 다닥다닥 붙어서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 수 있을지.

그 전까지는 이렇게 책을 읽고 글로 수다를 떨며 참아봐야겠다.

 

통장 잔고가 바닥인데 왜 <마담 보바리>, <죄와 벌>을 왜 읽는지,

명절엔 왜 <논어>, <자기만의 방>, <풀하우스>를 읽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야할 책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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