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다보면 가끔 시집을 둘러보게 된다.
줄글 편향적인 나의 독서습관이 염려(?)되어 시집을 읽어보려 하지만
나에게 시집은 솔직히 두려운 존재.
오래오래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안되거나
가끔씩 날것의 단어가 나올때 면 깜짝 놀라곤 한다.
어쨌든 이런 나의 소심한 마음에 위로가 되는 시인 중의 한분이 나태주 시인이다.
그의 시는 쉬운 언어로 적혀있다.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쓸 수 없는 시.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한 기회에 90이 넘은 할머니 화가, 김두엽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그린 것 같이 순수한 그림에 감탄하고 있는데
나태주 시인이 그 그림에 시를 붙였단다.
책 소개글만 보고도 "이 책은 소장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구매한 책은 자그마한, 그리고 예쁜 모습이었다.
꽃과 집, 익숙한 동네의 모습이 주를 이루는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과
소박한 언어로 시를 써내는 나태주 시인은 꽤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인생은 별게 없다"는 걸 나즈막이 읖조리는 두 분의 대화가
먹먹하게 울려오는 그런 책이었다.
여보, 세상에 많은 기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그렇다고 여보, 세상에는 슬픔과 괴로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지도 맙시다.
그저 덤덤히 사는 거요.
될 수 있는 대로 무덤덤히
그저 사는 거요.
여보, 세상에
그렇다고 인생의 씁쓸한 맛만 느껴지는 책은 아니다.
사랑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시도 있다.
너의 생각 가슴에 품고
너를 사랑하는 한
결코 나는 지구를 비울 수 없다.
그것은 나무들이 알고
별들도 아는 일이다.
별들도 아는 일
찬 바람이 부는 가을, 한편의 시가 그립다면,
예쁜 그림과 소박한 시가 함께하는 책,
<지금처럼 그렇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