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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한 장처럼

[도서] 꽃잎 한 장처럼

이해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직장 동료와 퇴근을 하는데 수녀원 입구에 머리가 희끗한 수녀님 두분이 서 계시는 걸 봤다.

목이 빠져라 혹시 이해인 수녀님이신가 해서 쳐다봤지만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엔 거리가 좀 멀었다.

아쉬운 마음에 "3년이 넘었는데 아직 이해인 수녀님을 못뵜네요"했더니

"나는 두세번 뵜는데. 진료보러 오셨더라구요"라며 자랑을 한다

뭐 뵙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진료를 보러 오셨다니. 그렇게 해서까지 만나뵙기는 싫고,

그냥 지나가면서라도 한번 뵐 수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그런 행운이 안 온다.

 

어쨌든 또 수녀님이 새책을 내셔서 무척 반가웠다.

이번엔 시 편지라는 이름으로 1년을 살며 쓰신 글을 모아서 내셨는데

코로나라는 특수한 배경 때문인지 그분의 위로가 더 필요하기도 했다.

지면에 실렸던 글과 사계절을 알려주는 시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개인적 일상이 들어 있는

일기노트도 일부 실려 있어 수녀님의 삶을 더욱 내밀하게 함께 할 수 있었다.

 

특히 일기글을 읽다가 수녀원 근처 중국집 사장님이 해주신 음식을 드셨다는 내용이 있어

살풋 웃음이 났다. 동네 유일의 중국집이기도 하지만 손빠르고 음식이 맛있어 우리도 자주 이용하는 곳인데

아마 휴일을 이용해서 가신건지 수녀님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고 적혀 있었다.

야근을 할때 음식을 시키면 언제나처럼 바삭하게 튀긴 만두와 아삭한 김치를 함께 보내주시는

그 넉넉한 마음을 수녀님도 받으셨구나 싶어 반가웠다.

 

항상 많은 사람들을 챙기시면서도, 이기적인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시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다 생각하지 않고 글로 남기고 전하는 모습은 여전하셨다.

다만 수녀님의 나이가 있으시니 항상 그분의 건강이 걱정이다.

많은 시와 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나눔, 강직함을 이번 책에서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첫번째 시면서 가장 좋았던 시 한 편을 옮겨적어본다.

 

거울 앞에서

 

아주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서니

 

마음은 아직

열일곱 살인데

얼굴엔 주름 가득한

70대의 한 수녀가 서 있네

 

머리를 빗질하다 보니

평생 무거운 수건 속에

감추어져 살아온

검은 머리카락도

하얗게 변해서

떨어지며 하는 말

 

이젠 정말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기도할 시간이

길지 않아요

 

나도 이미

알고 있다고

깨우쳐주어 고맙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오늘도 이렇게

기쁘게 살아 있다고

창밖에는 새들이 명랑하게

노래를 하고!

나를 부르고!

 

이젠 정말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깨우쳐주어 고맙다고

수녀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책,

<꽃잎 한 장처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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