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10월의 채널예스. 표지인물이 김제동이다. 설화에 휘말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포털사이트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기분이 좀 그렇다. 어차피 말을 해서 먹고 사는 직업. 말을 많이 하다 보니 구설에 오를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포털 사이트에 연예인 이름이 상위권에 랭크되면 안 좋은 기억들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냥 모 프로그램 나와서 올라간 것이라면 좋으련만 설화든, 필화든, 더 끔찍한 소식일 때도 많다.

 

그런 그가 또 책을 낸단다. 앞에 냈던 인터뷰 책 두 권은 참 흥미롭게 읽었다. 인터뷰이들 중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편안한 인터뷰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책들이다. 이번에도 그런 책일까? 아니다. 이번엔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위험하다. 그래도 예약을 걸었다가 결재 직전에 카트에서 뺐다. 이유는 위험해서가 아니라 발행일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다. 뭐지. 벌써 이렇게 홍보를 하다니 대단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인가보다. 이러다간 또 책을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받게 생겼기에 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내가 옳아?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어요. 무조건 옳다고 하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되거나 너무 천방지축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옳다는 걸 증명해요. 저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해요. 당신의 모든 마음, 모든 감정이 옳다고요. 이문재 시인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에 ‘문자메시지’라는 시가 있어요. 짧은 시인데 읽어 드릴게요.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읽은 시였다. 인상적이어서 필사까지 했던 시, 그 시를 김제동이 떡 하니 읽어주니 반가웠다. 김제동은 말했다. “그렇게 믿어줘야 해요. 몇몇 사이코패스를 제외하고는 믿어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람이 살아요.” 2시간 남짓 김제동은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했다. 하나 왜 낯설었을까. 아마 그동안 1%의 이야기만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순간 목이 따끔거렸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되었다는 인터뷰는 책 네 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함께 빼곡히 실렸다. 그가 보통 때 하는 말들이었다. 안 그래도 조심조심해서 글을 썼단다. 하지만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사람이라 책이 나오면 또 한바탕 말들이 많을 것 같다. 에고에고.

      

요즘 차트를 점령한 책 중의 하나가 <숨결이 바람 될 때>이다. 수많은 홍보글 보다 의사로서 자신의 경험을 기억해내며 써낸 하지현 교수의 글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인생의 절정의 순간에서 맞이한 인생의 마지막이라. 너무 잔인할 것 같아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그녀의 글을 읽고 보니 두권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숨결이 바람 될 때>가 1인칭 시점에서 감정적이고 미시적 접근을 했다면 <환자가 된 의사들>은 어느 날 환자란 존재로 역할 전환이 되어 버린 의사들이 경험할 내면적 고통을 가장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분석했다. 이 두 책을 통해 질병과 죽음이란 것에 대한 자평을 한 차원 넓혀주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항상 발랄한(?) 글솜씨를 보여주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와 책 말미에 실린 사적인서점 정지혜 대표의 추천도서가 같았다. 제목은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어쩐지 코믹분야의 제목같은 이 책은 교토에 위치한 미시마샤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이란다. 정지혜 대표의 말을 빌리면 '어떻게 해야 팔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독자가 기뻐할까‘를 고민하는 명랑한 출판사라고 한다. 출판사를 운영하지 않아도 읽어도 될라나?

 

고전이 소개될 때마다 고개를 떨구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가 또 소개된 페이지가 편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목이 참 멋있었다. “예측이여 배신해다오”. 윤용인 노매드 대표는 <금각사>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 적고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결말을 깨는 마무리에 찬사를 보냈다.

 

호주머니를 뒤지니, 단도와 수건에 싸인 칼모틴 병이 나왔다. 그것을 계곡 사이를 향하여 던져버렸다. 다른 호주머니의 담배가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영화로 치면 저 장면에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자살을 하는 씬이 붙어야 맞는 것 같은데 담배를 피운 후 자신이 행한 악행을 그저 “일을 하나 끝냈다”고 생각하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장면이 들어가다니 예측을 정말 벗어난 결말은 확실한 것 같다.

 

인생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인생을 잘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너무 예측 불허라 괴로운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또 문학작품이나 영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너무 뻔한 결말에는 흥미가 반감되기 때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인도영화도 그랬다. 성룡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이국적인 장소에서의 달리기 액션씬을 세 번이나 보여주더니 결국 악인의 결말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아.. 꼭 안 그래도 됐는데!

 

정지혜 대표의 또 다른 추천작은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 반가웠다. 나는 왜 그녀의 책이 좋은지 줄줄 써댔는데, 정대표는 참 간단하게 잘 표현한 것 같아 옮겨본다.

 

분명 내가 쓴 여행기가 아닌데, 같은 장소를 여행한 것도 아닌데,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었다. ‘여행’이란 단어를 이토록 섬세하고 따뜻하고 정직하게 표현한 책을 나는 이제껏 읽어본 적이 없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체크하고 부록으로 딸린 이달의 새책에서 내가 읽어본 책은 몇 권이나 되나 동그라미 쳐보면 채널예스 읽기가 끝난다. 책장을 덮으며 다시 한 달을 어떻게 기다려.. 라고 생각해보는 책, <채널예스>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