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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신청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예상에 없던 교육과 출장이 이어졌다. 괜히 자리를 비운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게 일을 처리하고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없는 동안에는 자꾸만 연락이 왔다. 교육을 듣는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

 

그렇게 출장에서 돌아온 길에 내 방에서 핑크색 박스를 발견했다. 뭘까 이 정성스러움은. 문자를 확인했던 것이 기억났다. 핑크색 박스를 기억해달라고 했던. 엘리라는 사람의 정성스러운 문자. 박스를 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책을 받아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구나. 보통은 급하게 만들어 보낸 가제본이라 그런지 오류가 있는 책을 받는 것이 다반사인데, 정성스레 포장되어 온 책은 두툼하면서도 깔끔했다. 뭔가 메시지가 강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편지도 펴보고, 책을 펴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의 첫 단락이 시작되고 20~30페이지를 읽어갈 때까지 나는 이 책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맸다. 이렇게 두꺼운 책인데 계속 내가 이해를 못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하며 계속 읽어나가다보니 나오의 현재가 점점 궁금해졌다. 나오가 어떤 삶을 경유하여 현재를 살고 있을지 걱정이 되면서, 루스의 이야기보다 나오에게 자꾸 집중되는 내 관심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현실의 인물 루스는 어쩌면 바로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안타까워하는 나처럼, 루스 역시 나오의 일기장을 읽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제목 그대로 “내가 너를 구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떠내려 온 일기장의 글들을 하나씩 확인해가는 루스는 나보다 용감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 두 사람이 만난다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가 될까. 머릿속은 이성적인 스토리라인을 그리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제목에 기대 황당한 소원을 빌어보게 되었다. 우연이 아닌 것 같은 일기장과의 만남, 나오와 그녀의 가족계보를 따라가보는 100년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와 닿았다. 나오가 일본인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좀 더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졌다. 야스타니 하루키 1번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일제 강점기를 떠오르게 했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쟁에 참여했건간에 우리에게도 역시 아픈 역사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요하는 그런 책이지만 지겹고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행스런 엔딩을 맞이하여 안도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 간에 이어진 것을 인연이라는 단순한 말로 표현하기엔 좀 그렇지만, 어쨌든 이 책은 사람과 사람 간에 일어난 마법과 같은 일을 들려주고 있다.

 

루스 오제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멋진 인연과 연결의 마법에 관한 이야기,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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