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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도서] 거시기 머시기

이어령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언어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쓰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이어령 선생님의 여덟 번의 강연이 담긴 책이다.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이미 익숙하게 듣고 본 내용이 반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나 좋다. 또다시 공감하고 또다시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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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0 "쓰고 버리는 것, 그런데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쓰고 버리는 것. 이젠 종이라는 것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인 거죠."?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내가 유일하게 한자로 완벽하게 쓸 수 있는 문장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빠가 나에게 인생의 문장이라며 써주시고, 읽어주시고, 다양한 예시로 이해시켜 주신 문장. 이어령 선생님은 이를 통해 종이의 과거와 미래를 설명한다.

?파피루스와 양피지로 시작한 전통적인 종이는 지지자의 종이라 할 수 있다. 기록하고 이해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호지자는 종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자르고 이어붙이고, 접어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종이로 다른 물건을 랩핑하기도 한다. 사용하는 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종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나올 디지털 종이는 더욱 자유롭다. 그래서 락지자의 종이다. 마음껏 쓰고 구기고 찢고 버릴 수 있는 종이. 가벼운 마음으로 종이를 사용하고, 원한다면 저장도 했다가 실컷 즐긴 후에 버려도 죄책감이 없다.

?나는 이것이 종이 이야기를 넘어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와도 연결된다고 느꼈다. 아직 지지자의 수준에 머무는 작가는 타이트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글을 쓸 것이다. 호지자가 된 작가는 스토리 텔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틀에서 벗어난다. 마지막 락지자의 반열에 오른 작가는 진정한 "작가"다. 써내려간 한 페이지를 가뿐하게 버려버릴 수 있는 사람.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자신의 내면이 가득 차 언제든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완성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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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을 선동할 수도 있고, 소동을 잠재울 수도 있어요. 언어가 병들고 잘못되었을 때, 잘못된 세계에서 잘못된 정보로 사는 거예요." p.186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말하기의 핵심입니다. 뒤쫓아가지 말라는 것." p.192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창조적 언어는 내 것이면서 네 것이죠. 내가 쓰기 시작하는 순간, 타인의 의미 속에 내가 들어가는 거예요." p.196

?말이란 토씨 하나만 고쳐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어령 선생님은 특히 '지식인'의 글과 문장을 강조하였다. 나도 작가의 자세에 대해 고민한다. 작가란,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던 나의 글쓰기 선생님과 이어령 선생님의 강연이 일맥상통 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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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49 "과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아지랑이 같은 것을 잡는 데에는 우리 한국어가 가장 적절합니다. 한국 언어의 씨앗 속에는 앞으로 천 년 뒤에도 무성하게 꽃 피울 수 있는 밈의 인자들이 있습니다."

??p. 277 "우리가 애프터 바벨의 부서진 항아리의 한 조각 언어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결코 한 언어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망상은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말, 한국어의 우수성을 다시금 느끼고 자긍심을 느꼈다. 영문학을 전공하며 영어만 읽고, 영어로만 쓰던 시절을 지낸 직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한글로 글쓰기를 하는게 처음엔 힘들었다. 영어로 먼저 생각하고 한국말로 번역해서 옮겨적으며, 영어가 효율적인 언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보전달 글쓰기, 주장문장과 이에 따른 근거문장, 예시문장이 따라 나오는 뭐랄까…'착착착!' 써지는 글은 영어가 찰떡인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 에세이를 쓰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한국어의 '말맛'에 감탄한다. 정말 우리 말은 아지랑이의 아른거림을, 투명하지만 보이는 그 어떤 것을 묘사하는데 탁월하다. '거시기 머시기' 같은 '이해력과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단어'의 활용을 보면 효율성도 끝내주는 언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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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옮긴 책이라 구어체라서 편안하게 읽힌다.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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