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목 아래의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세하와 건강한 신체를 가졌지만 5살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동구. 신부님이 운영하는 '책임의 집'에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친형제처럼 지냅니다. 동구는 세하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세하는 동구의 든든한 형이 되어주지요.
20년 동안 함께 한 그들은 신부님의 죽음으로 헤어질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세하가 기지를 발휘하여 조금씩 수입을 만들어내지만 '책임의 집'을 운영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요.
수영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동구가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세하. 구청의 수영장에서 알바를 하던 미현을 코치로 고용해서 동구의 수영 실력을 키웁니다.
동구가 수영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어내지만 월등하게 앞서 나가가던 동구는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서 있는 바람에 대회에서 수상을 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던 동구는 왜 갑자기 멈춘 걸까요?
화가 난 세하의 물음에 동구는 '무서웠다고' 답합니다. 그가 수영을 멈춘 진짜 이유를 영화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하와 동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알아보던 중,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지요. 동구의 어머니가 동구를 찾아온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동구의 어머니로 인해 동구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기에 세하는 어떻게든 동구를 지키려고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동구 어머니의 식구들은 세하만큼 동구를 잘 보듬어 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요.
동구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으로 세하가 아닌 어머니를 선택함으로써 영화는 반전을 맞이합니다. 세하는 시설에서, 동구는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댁에서 지내게 되지요.
세하와 동구는 떨어져 지내면서 서로의 자리를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세하가 잠자는 동안 일정 시간마다 잠자는 자세를 바꿔준 동구의 정성이, 동구의 생각을 읽고 언제든 그를 대변해 준 세하의 따뜻함이 그들 삶 자체에 녹아있지요.
세하와 떨어져 지내기 전, 다시 수영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동구. 세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구는 다시 수영대회에 나갑니다. 전처럼 월등히 앞서 나간 상태에서 갑자기 멈춰서는 동구. 이번에는 전과 달리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 다시 수영을 해서 골인 지점에 도착하지요. 어린 시절 생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모습에 눈물이 납니다.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자란 세하와 동구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이뻐보입니다. 상대가 있기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그들을 보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며 그들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고 행복해지는 마음이 생깁니다.
동구의 수영코치를 맡았던 미현이 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삶에 녹아들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태어났으면 그 삶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책임의 집'이란 이름을 지었다는 신부님의 마음을 떠올리며 제가 가진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웃다가 울다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미소를 짓게 되는 영화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가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메마른 땅에 내리는 촉촉한 비 같은 영화이니 한 번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