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이라고 크게 노래를 부르며 나아갈까 고민 중이다. 따르릉 해도 사람들은 잘 피하지 않는다. 출근 전날에 미리 한 번 길을 익혀 보았으나 역시 실전은 연습과 많이 다르다. 출근길은 상쾌했으나 퇴근길은 지옥이었다.
가로등과 상점의 간판이 여전히 빛을 내긴 하지만 캄캄한 길은 있기 마련.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 마스크를 썼던 게 화근이었다. 자전거로 속도를 내어 달릴 때는 문제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시야를 가리는 뿌연 안경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안경을 벗으면 앞이 거의 보이지를 않으니 난감하다. 결국 마스크를 벗어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에 꽈.당.
찻길과 자전거 길을 구분하는 난간에 자전거 손잡이가 부딪히며 자전거가 가볍게 쓰러진다. 늦은 시간이라 인도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 다행. 바지를 털며 천천히 일어나는데 왼쪽 무릎에는 꽤 큰 멍이 들 거란 생각이 스친다. 자전거는 무사한지 확인해보니, 바퀴는 굴러가는데 브레이크가 걸린 것인지 자전거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10분 정도 자전거로 가면 집인데 어쩔 수 없다. 집 근처에 서는 버스 번호를 정류장에서 발견했다. 버스를 타면서 기사님께 "죄송한데 뒷문으로 타도 될까요? "라고 말씀드린 후, 자전거를 접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의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가 담긴 따뜻한 시선이 나를 보듬어주는 것을 느낀다. 상처난 곳의 아픔을 인지하며 버스에 함께 탄 사람들이 전하는 걱정 가득한 눈빛에서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
정신이 없어서 우리 동네가 아닌, 한 정류장 전에서 내려버렸다. 걱정 가득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니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30분. 퇴근하고서 이미 대전에도 도착할만한 시간이다. 자전거의 상태가 걱정됐지만 더 심각한 나의 몸을 걱정하며 샤워를 하고, 다친 곳에 약을 바른 다음 기절해서 잠들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지인들과 통화하며 자전거와의 생활이 어떤지 정보를 수집해본다. '자전거와 피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결론을 얻고, 훈장과 같은 상처를 보면서 피식 웃어본다.
나의 따릉이는 수요일에 수리하기로 했다. 주인을 잘못 만나 일찍 상처가 난 따릉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앞으로는 다치는 일이 없겠다'는 것을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번처럼 나의 부주의로 인해 자전거에 상처를 내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고 자신과 약속한다.
*D-2의 교훈
1.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2. 뒤에서 따르릉을 울려도 피하지 않으니, 5m 전부터 미리 따르릉을 울려서 자전거가 오고 있음을 알리자.
3. 퇴근할 때는 피로 누적과 캄캄해진 환경으로 인해 시야가 많이 좁아지는 것을 명심하자.
4.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근무지에 자전거를 두고 귀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