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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다

[도서] 나는 너다

정채봉 글/이성표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마음이 해이해졌다고 느낄 때, 정채봉의 동화를 읽습니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글과 그림이 빠른 속도로 내딛기만 하던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뒤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너다>는 정채봉의 다른 동화에 비해 글이 긴 편입니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생각하라는 저자의 배려겠지요?  제 마음에 들어온 동화 네 편을 담았습니다.

 

나는 너다

 

망나니 호랑이가 산속을 으스대고 다녔다.

그러다가 골짜기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올라가서

'어흥!' 하고 소리를 한번 질러보았다.

그러자 메아리가 '어흥!' 하고 돌아왔다.

망나니 호랑이는 약이 올랐다.

'감히 나를 보고 어흥하고 맞대결을 하겠다는 녀석이 있다니.'

 

망나니 호랑이는 더 크게 소리 질렀다.

"너는 누구냐? 어흥!"

저쪽 또한 지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어흥!"

"감히 날 약올리다니!"

"감히 날 약올리다니!"

"이놈 너를 잡아먹어야겠다!"

"이놈 너를 잡아먹어야겠다!"

망나니 호랑이는 더럭 겁이 났다.

저쪽에서 정말로 쫓아나올까 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쳤다.

 

이 소문이 산속에 쫙 퍼지자 꾀꼬리 새끼가 벌벌 떨며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우리 산속에 망나니 호랑이를 잡아먹겠다는 무서운 친구가 산대요."

엄마 꾀꼬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다. 너의 정다운 친구가 살고 있단다."

새끼 꾀꼬리는 골짜기의 바위 위로 날아가 소리를 보내보았다.

"꾀꼴."

"꾀꼴."

 

새끼 꾀꼬리는 마음이 놓였다.

"반갑다 얘. 꾀꼴."

"반갑다 얘. 꾀꼴."

"우리는 친구네. 꾀꼴."

"우리는 친구네. 꾀꼴.

"함께 노래하자. 꾀꼴 꾀꼴 꾀꼴."

"함께 노래하자. 꾀꼴 꾀꼴 꾀꼴."

 

 아름다운 말을 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메아리처럼 내게 전해진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감히 날 약올리다니!'가 아닌 '꾀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이놈 너를 잡아먹겠다'는 무시무시한 말보다는 '우리는 친구니 함께 노래하자!'는 말을 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더 좀' 병

 

성년이 된 그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그것은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이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했다. 이내 아기가 생겼다.

그는 처자식을 가졌으므로 집이 있어야 했다. 간신히 집을 장만했다.

 

집이 있고 보니 이번에는 남들처럼

가족이 함께 탈 차가 필요했다.

드디어 차를 샀다. 차를 사서 움직여 보니

돈이 '더 좀' 있어야 했다.

 

그때부터는 그는 '더 좀'을 연발했다.

집을 '더 좀' 넓히고, 차를 '더 좀' 큰 것으로 바꾸고,

품위 유지가 '더 좀' 필요하고,

'더 좀' 때문에 바깥 일이 바쁘다 보니

자연 집안일에는 '더 좀' 무관심해져 갔다.

나중에는 숫제 하숙하는 사람 같았다.

 

간혹 불평하는 가족들에게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더 좀 잘살기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참아라."

그런데 '더 좀' '더 좀' 하다보니 나중에는 빚을 얻어야 했다.

'더 좀' 폼을 잡기 위해서는.

 

그런데 어느 날 '더 좀'이 견디다 못해 폭발하고 말았다. 부도가 난 것이다.

파도는 사정없이 달려와서 그의 가정까지도 무너뜨렸다.

그는 빈터의 주춧돌 위에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더 좀' 병에 걸렸었지?

부자, 품위, , 집하고 관계가 있다.

그런데 그게 처음 목표인 행복한 가정에 꼭 필요한 건 아닌데......."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시간을 흘려 보냅니다. '더 좀'이라고 말하기 전에, 지금 현재에 만족하고 소중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어요.

 

난파선의 사람들

 

항해하던 요트가 태풍을 만났다.

파도에 두어 시간 휘감기자 기관실도, 무전기도 불통이 되었다.

요트는 포류하기 시작했다.

배 안에 남은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양식도, 물도 줄어만 가는데 구조선은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디.

부상 당해 앓고 있던 사람이 하나 죽었다.

남은 사람들은 입이 하나 줄은 것에 차라리 안도했다.

누가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을 더 먹는가, 눈에 불을 밝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난객 가운데 임산부가 있어 그 여인이 아기를 낳았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눈이 번쩍였다.

사람들은 모처럼 입을 열렀다.

"우리가 죽더라도 저 아이만은 살리자."

"저 아이에게 육지의 꽃과 평화를 맛보게 하자."

 

한 사람이 자기 혼자만 쓰기 위해 숨기고 있던 낚싯바늘을 내놓았다.

또 한사람이 낚싯줄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미끼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힘을 모아 낚시질을 해서 산모를 먹였다.

또 한 사람이 임종을 맞았다.

"부디 내 죽음이 저 아기를 위한 죽음이 되게 해주시오."

죽는 사람은 미련없이 눈을 감았고 산 사람들은 슬픔에 차서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옆 사람을 원수처럼 여겼던 사람들의 얼굴에

평화가 찾아왔다. 물 한 모금도 아이를 위해 양보하자 기쁨이 일었다.

남은 사람들은 조각난 판자로 노를 만들어 저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오직 아기를 뭍에 닿게 하기 위하여.

 

새 생명의 탄생은 우리를 가장 순수하게 만들고, 고귀한 존재를 지켜내기 위한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게 하는 힘을 만들지요. 서로 많이 다른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할 때,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지금, 당장,

 

남편이 전쟁이라도 난 양 서두르며 들어왔다.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남편이 아내더러 당장 외출을 하자고 했다.

뜻하지 않은 음악회 초대장이 두 장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남편더러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설거지를 마저 하고, 화장도 좀 하고, 머리도 좀 손봐서 나서야 할 게 아니냐고.

그러나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행주를 집어던지고, 고무장갑을 강제로 벗겼다.

화장을 하는 둥 마는 둥 아내는 남편한테 떠밀려서 집을 나섰다.

 

부부는 그날 밤, 음악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찻집에 들렀다.

찻잔을 앞에 두고 남편이 말했다.

"설거지도 끝나기 전에 성화를 부려서 미안하오.

그러나 나한테는 어머니의 가슴 아픈 유언이 있소."

 

어머니는 말씀하셨소.

"얘야, 나중에 장가들걸랑 너는 절대로 네가 아내한테 설거지 때문에

무엇을 다음으로 미루게 해선 안된다.

내가 설거지 때문에 금강산 구경을 놓치고 만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라."

 

"어느 해 가을, 너희 아버지가 금강산 갈 준비를 해왔었어.

나는 설거지를 마저 해 두고 떠나려 했지.

그런데 설거지를 마치고 부엌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네 형이 코피를 흘리며 들어오지 뭐야.

아이가 아프니 하루 늦춰서 출발하자고 했지."

 

"그런데 다음날에는 친정어머니께서 오셨지 뭐냐.

이틀 후에는 당숙네에 초상이 나고.......

그래 끝내 금강산 구경을 못하고 말았지.

그러니 너는 장가가거든 지금 당장 무슨 일이든 끝내야지.

절대 작은 일로 큰일을 미루어선 안 된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되는, 소중한 순간들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이 놓치고 사는지요. 가장 건강하고 맑은 마음인 오늘을 후회없이 살면서 많이 웃자고 다짐합니다.

 

'그림자'에 실린 글이 <나는 너다>에 담긴 동화 전체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옮겨봅니다.

 

...어두운 그림자 들지 않는

투명한 문창호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 사이에

빛을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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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흙속에저바람속에

    와, 이루님의 리뷰를 오랫만에 만나게 되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더 반갑고 기쁜 마음이 듭니다.^^ 마음이 해이해질 때 동화를 펼치신다는 이루님의 말씀에 이제라도 저만의 동화를 찾아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말을 많이 써야겠다고 다짐해보면서도, "널 잡아먹어버리겠다."며 호랑이처럼 장난을 치는 아이가 떠올라 피식 웃음도 났답니다.ㅎㅎ;; 그림자가 들지 않도록 몸과 마음에 빛을 간직하도록 노력하는 나날들을 살아야겠어요. 이루님의 리뷰만으로도 좋은데, 정채봉 작가님의 책 전문을 읽는다면 더욱더 좋겠지요. 좋은 책과 좋은 리뷰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리며, 깊어가는 가을을 평온한 시간들로 채우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루님.^^

    2021.10.25 23:4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이루

      너무 오래간만에 리뷰를 작성해서 저도 낯설어요^^;; 만사 귀찮고 미루고만 싶을 때, 정채봉의 동화처럼 부담없이 다가오는 책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예전에 조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다가 좋은 내용들을 접하면 '이건 어른들의 동화이기도 한데?' 하면서 어른용으로 편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먼지가 쌓이지 않게, 어둠이 저를 지배하지 않게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는 다짐도 하고요. 흙속에저바람속에님~ 일교차 심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책과 함께 늘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2021.10.26 20:20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