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스페인 패스트패션 업체 ‘인디텍스’
창업 54년 만에 매출액 26조원
수요 맞춰 생산해 2주마다 신제품 내놔
연석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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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미국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는 올리비아 팔레르모 등은 자라(ZARA) 브랜드를 애용한다. 자라는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지만, 세계 유명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자라는 ‘인디텍스’가 만든 세계적인 패스트패션(fast fasion) 브랜드다. 1963년 스페인 서북부 작은 도시 ‘라 코루냐’에서 설립된 인디텍스는 54년만에 전 세계 91개국에 진출해 7085개(2016년 기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패션(fast fasion)
최신 유행 디자인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패션 사업을 말한다.
유행을 따르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 주기가 매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
주문 즉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fast food)같이 빠르게 만들어져 소비된다는 의미에서
패스트패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라를 포함해 스페인 H&M, 미국 GAP, 일본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인디텍스는 자라(유행에 맞는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을 판매)를 포함해 자라홈(주방용품, 생활 디자인 용품을 판매), 버쉬카(10대 소비자를 겨냥한 젊은 브랜드), 마시모두티(고가 의류 제품), 오이쇼(속옷 특화 브랜드),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드, 베어, 우테르케(패션 액세서리에 집중한 브랜드) 등 8개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은 209억유로(약 26조원. 2015년 기준), 영업이익은 47억유로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는 2016년 자라를 가치 있는 세계 브랜드 27위로 선정했다. 명품 업체 에르메스(34위), 구찌(54위)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이 평가됐다.
성공비결 1ㅣ
‘싸다’…비용 절감해 가격 낮춰
인디텍스가 저가(低價)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원자재 조달과 제품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 전반을 통제해 비용을 절감하는 ‘수직통합형 사업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중앙 집권 결정자가 모든 단계를 통제하고 거래를 내부화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낮춘 것이다. 이런 사업 모델은 인디텍스 생산 공장 위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영진과 사무직원, 디자이너가 상주하는 인디텍스 스페인 본사 주변에는 생산 공장과 물류 창고가 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물류 비용과 소통 비용을 줄인 것이다.
인디텍스는 노동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주요 시장 인근에 생산 공장을 건설해 조달과 배송 지연에 따른 비용, 세금과 환율 그리고 규제 관련 비용을 낮추고 있다. 수직통합형 사업모델을 활용하고 생산 공장을 가까이 두는 전략은 재고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인디텍스는 광고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2016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다.)는 “광고는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비결 2ㅣ
1년에 20~30번 신제품 출시
인디텍스는 제품 판매 주기를 크게 줄인 패스트패션의 공식을 주도하고 있다. 최신 패션을 발 빠르게 모방해 싼 제품을 내놓는 인디텍스는 패스트패션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기존 패션 업계가 1년을 4개 시즌으로 나눠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다면, 인디텍스는 1년을 20~30개 시즌으로 나눈다. 2주에 한 번 새로운 제품을 공급하는 셈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된 수직통합형 사업모델은 빠른 속도로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에도 효과적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공비결 3ㅣ
유행 예측하는 대신 실시간 반영
자라는 탈의실에 소비자가 입어보고 사가지 않은 옷을 따로 분류해 놓는다. 세계 각 매장은 이런 옷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송한다. 본사는 이런 정보를 취합해 어떤 제품 생산을 늘리고 어떤 제품 생산은 줄여야 하는지 판단한다.
인디텍스가 세계의 소비자 취향을 사로잡는 비결은 소비자 취향을 섣불리 예측하기보다 수요를 실시간으로 생산에 반영하는 것이다. 인디텍스가 다른 의류 업체와 다른 점은 매일 실시간으로 전 세계 매장의 수요를 분석하고, 수요가 많은 제품을 바로 생산해 유행이 지나기 전에 소비자가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디텍스는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한 ‘적기생산방식(Just in time)’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인디텍스는 2~3주 이내에 상품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가 가능하다. 당장 유행이 시작되면 자라 매장에서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상품은 2주 뒤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된다. 이런 방식은 수요에 맞춰 빠르게 생산해 판매량을 늘리고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성공비결 4ㅣ
단계별 치밀한 사업 확장
인디텍스의 영리한 사업 확장 전략은 해외 진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인디텍스는 국가 상황에 따라 직영점을 운영할지 프랜차이즈를 운영할지 결정한다. 직접 진출이 어려운 경우 현지 업체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디텍스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직영점을 내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시장 규모가 비교적 작고 문화 차이가 큰 국가에 진출하는 경우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선택했다. 지중해 작은 섬 키프로스와 중동 국가에 진출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진입 장벽이 높거나 규제가 까다로운 경우 현지 업체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독일과 일본, 캐나다에 진출할 때 현지 유력 업체와 협력했고 한국에는 롯데그룹과 합작 투자해 진출했다.
- 이코노미조선 통권 1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