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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1곳만 콕 집어내 유전병 운명바꾼다

 

 

한층 정교해진 유전병 치료법



돌연변이가 일어난 DNA를 잘라내지 않고도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DNA 가닥은 그대로 두고 그 안의 일부 화학구조를 바꾸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생명의 설계도인 DNA에서 책장은 손대지 않고 글자 하나만 바꾸는 셈이다.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돼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 하버드대MIT 연구진은 각각 독자적으로 이 기술을 개발해 과학 학술지 양대 산맥인 네이처사이언스에 동시에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네이처보다 하루 뒤 발간되지만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감안해 해당 논문만 하루 먼저 인터넷에 공개했다.

 

생명 설계도의 글자 하나 바꿔 질병 차단

미국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리우 박사는 네어처 26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DNA를 구성하는 염기 하나를 바꿀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부분만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는 효소 단백질이다. 잘린 부분은 정상 DNA로 대체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일반인도 몇 시간 교육을 받으면 쓸 수 있을 만큼 간단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아 바이오산업에 혁명을 가져올 기술로 꼽힌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DNA 가닥을 잘라대는 대신 DNA를 구성하는 염기 하나만 바꾸는 방법을 개발했다. 세포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의 순서에 따라 생명체의 모든 활동을 관장하는 효소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염기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네 가지가 있다.

 

연구진은 먼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구아닌(G) 염기가 들어갈 자리에 아데닌(A)이 들어가 있는 곳에 결합하도록 했다. 다음에는 효소가 아데닌에서 일부 화학물질을 제거했다. 아데닌은 이러한 화학 다이어트를 거쳐 구아닌으로 바뀌었다. 변형된 염기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유전병은 이처럼 염기 하나가 잘못된 곳에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염기 하나가 뒤바뀌면서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32000여 가지 발견했다. 그중 절반은 구아닌 자리에 아데닌이 들어간 형태. 이로 인해 간질이나 파킨슨병, 근육장애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길이 열린 것이다. 하버드 연구진희소 유전병을 가진 인체 세포에서 아데닌 염기 하나를 구아닌으로 바꿔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DNA 건드리지 않는 유전자 교정도 기능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펭 장 교수는 같은 날 사이언스에 “RNA의 염기 하나를 정확하게 교정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펭 장 교수는 2013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처음으로 포유동물에 적용한 과학자이다. RNA는 세포의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DNA 유전 정보를 그대로 옮긴 유전 물질이다. 말하자면 DNA 설계도의 복사본인 셈이다. 세포는 특정 DNA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RNA에서 하버드대와 마찬가지로 아데닌 염기를 구아닌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RNA의 염기 교정은 여러 장점이 있다. 일단 DNA를 건드리지 않아 DNA 조작에 대한 반감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RNA단백질 합성 기간을 마치면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유전될 염려도 없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난치성 빈혈과 신장병 등 희소 유전병을 가진 인체 세포를 정상 세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연구, 농작물 개량에도 도움 줄 듯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채교정연구단장은 이번에 개발된 방법들은 질병을 일으키는 염기만 콕 집어 바꿀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염기 하나가 잘못 들어가 있어도 주변 DNA까지 잘라낸 다음 정상 DNA 가닥을 새로 끼워 넣었다. 하버드MIT 연구진은 또 유전자의 기능을 염기 하나 단위에서 연구할 수 있고, 농작물의 기능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버드대 리우 교수는 환자 대상 임상 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면서도 원하는 대로 질병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계를 가진 것은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조선일보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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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일으키는 염기만 콕 집어 바꿀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DNA 조작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고, 단백질 합성 기간을 마치면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유전될 염려도 없는 RNA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부작용 등은 없는지 세밀하게 확인하는, 충분한 임상 시험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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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박공주

    임상실험 부작용 기사를 접한 후에 읽으니 반가운 소식이나 어떤 과정을 겪여내야하는가 하는 두려움도 생기네요. 좋은 기사 잘 읽고 갑니다.

    2017.10.29 17:1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이루

      부작용 기사를 접하셨군요ㅠㅠ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2017.10.29 21:28
  • 파워블로그 책찾사

    일전에 DNA를 비롯한 유전자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기사 내용을 보니 이제는 그러한 DNA 해독을 넘어서서 염기 서열을 재배치하는 기술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군요? 이러한 DNA 배열로부터 비롯된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반가운데, 한편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인간의 유전자 역시 재배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걱정되기도 하네요. 기사의 내용처럼 인간을 위한 참기술로 남기를 기대해야겠죠? ^^

    2017.10.30 18:4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이루

      <게놈 익스프레스> 말씀하시는 건가요? 책찾사님의 리뷰 읽고 인상깊었어서 책 사 놓고 아직 못 읽었습니다. 기술 발전의 순기능만 있으면 좋으련만 역기능이 있지요ㅠㅠ 인간을 위한 참기술로만 쓰이기를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2017.10.31 07:43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학생때 배운 용어가 나오니 반갑네요. 아데닌, 구아닌 등... 핵심의 원인만 콕 찝어내는 기술이라니 정말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공헌을 할 것 같군요. 발전과 향상의 이면에는 부작용이라는 그늘도 있으니, 그런 점까지도 잘 아울러 좋은 방향으로 상용되었으면 좋겠네요.

    날씨가 많이 싸늘해졌어요. 이루님 건강 관리 잘 하시고, 11월에도 화이팅 기대할게요~^^

    2017.10.31 11: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이루

      콕 집어내는 기술이라니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임상시험을 거치되, 이 훌륭한 기술이 오직 좋은 방향으로만 쓰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도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모나리자님도 늘 몸 따뜻하게 해 주시고, 감기조심하세요! 행복한 11월 맞이하세요~^^

      2017.10.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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