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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세계

[도서] 2의 세계

고요한,권여름,김혜나,류시은,박생강,서유미,조수경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엔솔로지 작품이 재미있는 건, 같은 키워드를 던져도 모든 창작자들이 저마다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점입니다. 각기 다른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나였다면 이 키워드에 어떤 이야기를 떠올렸을까 궁금해지기도 해요. <2의 세계>는 '2'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7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7개의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어떤 작품들은 현실적이고, 어떤 작품들은 판타지스러워요. 어떤 작품은 상쾌하고, 또 어떤 작품은 가슴이 저릿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코너스툴>입니다. 이야기가 정말 예측이 안 되어서 신기하더라고요. 2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도 독특했어요. '너'에게 말을 건네는 2인칭 시점의 소설은 거의 없잖아요. 게다가 화자와의 관계가 짐작이 안 되게 만든 점도 재밌었어요. 화자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무슨 상황이었지? 화자는 도대체 이 편지 아닌 편지를 왜 쓰고 있을까? 그래서 과거에서 누가 잘못한 거야? 등등. 그리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 '아...' 하고 먹먹해지게 만든 점도 좋았습니다. 저는 한국이 로맨스-멜로에 과도하게 미쳐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그 폐해를 극단적으로 마주하는 기분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로맨스가 아닌 사랑, 연애감정이 아닌 인간관계도 있다는 게 이다지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분위기라니. 씁쓸합니다.

 

 <다음이 있다면> 같은 경우는 작가의 말이 본문과 이어지면서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 같았어요. '이때를 지나면 이 시간은 끝이고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 인생의 스무 살, 서른 살은 한 번 뿐이라는 말. 맞는 말들의 무게와 압박감에 대해 생각한다'는 구절이 확 와 닿았다고나 할까요? 적어도 몇 살까지는 뭘 해야 하고,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인생의 트랙을 착착 밟아야 한다는 압박이 심한 사회에서는 미진처럼 얼마간 방황할 시간조차도 '걱정을 빙자한 비난'을 피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은 한 번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 지금을 놓쳤다고 해서 인생 전체를 망친 것처럼 구는 시선은 또 얼마나 폭력적이고 오만한가요. 부디 미진도, 그리고 미진처럼 방황하는 다른 모두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2차 세계의 최애>도 재밌었습니다. 저는 특정 인물을 덕질한 적은 없지만, 어떤 특정한 장르 혹은 작품은 꾸준히 덕질하고 있는 사람이라 그 일방적이고 내 맘대로 퍼부을 수 있는 애정에 대해 엄청 공감이 가더라고요ㅋㅋㅋ 언제든 내가 원하는 만큼만 좋아하고, 내가 원할 때 그만둘 수 있는, 상대에게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애정. 진짜가 아니어도, 순간에 불과해도, 찰나의 덧없는 감정인 걸 알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래서 그 순간에 인생을 버틸 수 있게 힘을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야금야금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잡아야죠. 안 그래요?

 

 단편소설은 짧은 와중에 세계관을 다 드러내고, 인물을 소개하고, 상황을 이해시키고, 독자들이 공감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7명이나 되는 작가들이 차려놓은 만찬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뭐, 7개 중에서 취향인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겠죠! 그게 또 엔솔로지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ㅋㅋㅋ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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