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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구원

[도서] 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마도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그저 눈으로 봐서 '보기좋음'이라기보다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영혼을 흔드는 그 어떤 경험일 것입니다. 한 순간에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대상을 보고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교감이 가능할 것입니다. 모든 예술, 모든 아름다움은 즉시적으로 보여지고 소비되는 감정이 아닌, 우리로 하여금 인지하고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그런 능력에 대한 요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면 그 어떤 아름다움도 발견해 낼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포르노가 예술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냄과 영혼은 커녕 사고에조차 이르지 않고 바로 감정을 자극하는 즉시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포르노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소비해야만 생명력을 갖는 '자본주의'와 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마. 내가 바로 널 흥분시켜 줄게' 라고 말하는 포르노와 '생각하지 말고 원하는 걸 소비해' 라고 말하는 자본주의는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니, 이 체제에서는 아름다움을 인지하는 시간도, 그걸 음미하고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그 시간도 모두 의미없다고 말합니다. 빨리 빨리, 지금 당장 우리가 가진 시간이라는 상품을 허비하지 말고, 그 시간 모두를 소비에 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름다움을 되찾은 길은, 자본이 시간에 뒤집어 씌운 '상품'이라는 보자기를 걷어내는 일이 먼저일 것이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들이 허비하지 말라고 하는 그 시간이라는 상품을, 아주 많이 허비하면서, 그들이 보기에 무의미하고 가치없는 그 무엇들을 하면서 말입니다. 삶의 속도를 줄이는 일, 삶을 천천히 살아내는 일 또한 우리가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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