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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그 이후

[도서] 재난, 그 이후

셰리 핑크 저/박중서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저는 남겠습니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면 응급의가 된 의미가 없습니다.’ 도쿄 대지진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일본에서 방영된 <구명 병동 시즌3, 2005년>는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병원 관계자들과 의료인들을 넘어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그 가족 나아가 재해 일선에서 재난과 싸우는 소방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더불어 집단이기주의에 찌든 정치가가 사회의 재난 속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미국의 뉴올리언스 주의 메모리얼 병원에서 일어난 참사와 많이 닮아 있지만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 사뭇 다르다. 드라마 <구명 병동>에는 국제인도 지원 의사 단 활동을 하며 많은 경험을 쌓은 신도라는 의사가 있었지만 메모리얼 병원에는 영웅이 없었다. 이 작지 않은 병원에서 발생한 재난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재난 관리 시스템이 붕괴하면 환자가 내버려진 채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충격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에 비하면 매우 작은 조직인 병원에서도 이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는데 국가에 재난 관리 시스템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여러 번 크게 작게 이런 재난을 겪고 있다.

  카트리나가 덮친 미국의 뉴올리언스 주는 멕시코만에 위치하고 있어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기 쉬웠다. 허리케인이 발생 때에는 늘 침수가 발생했고 그들은 그런 침수 상황 속에서 허리케인에 대응하는 것이 익숙했다. 메모리얼 병원은 침수에 치명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비상 발전 시스템과 그것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지하에 있던 것이다. 이것은 비단 메모리얼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침수 피해를 자주 받는 병원이 비상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홍수로 불어난 물은 언제든지 병원의 전기가 끊어질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많은 재난 관련 보고서들은 병원들의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금액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트리나로 인해서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재해나 재난은 실제로 일어났을 때의 손실보다 예방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항상 투입되는 자본을 핑계로 시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고 비판한다. 그러고 나면 개선이 이뤄질까? 쟁점은 늘 정쟁으로 넘어간다. 본질은 흐려지고 흐지부지 되거나 허술한 법안이 통과되며 마무리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들 하지만 다음 소는 잃지 않게 제대로 고쳤으면 한다. 그렇다면 카트리나의 재앙을 겪은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의료인들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위급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 보호법을 만들게 하였다. 그러나 병원의 시스템이 개선을 얘기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다. 병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돈을 예방을 위한 개선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작 주목받아야 하는 문제는 내팽개쳐졌고 의료인의 시시비비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사회 안전망에 투자하는 돈을 아까워하는 시선들이 여전히 많다. 생명을 위한 일은 포퓰리즘이 되고 하나의 정치적 쟁점이 되어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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