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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eBook] [대여]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번 명절도 다를 것이 없었다. 엄마, 숙모들, 여자 사촌들은 집안일에 부지런했다. 남자들은...다들 어디갔지? 이 집안 남자들, 적어도 당당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쉬지는 못하나 보다. 여자들과 같이 일은 못해도 눈치는 보이는지 다들 어디론가 피했다. 이것도 진보라면 진보일까. 참고로 나는 남자다. 일손을 돕기는 어색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뭐한, 나는 대한민국 남자다. 


숙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모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삶을 지금도 동경하고 있었다.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보낸 인생이 만족스러운 대한민국 여자가 얼마나 될까. 명절 때 즈음 은유 작가의 최신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만났는데, 책 소개를 이렇게 하고 있었다.


"오늘도 하루분의 울컥을 삼켰습니다.

일, 연애, 결혼, 역할에 수시로 울컥하는 여자의 말하기"


그는 말한다.


"내가 구상하는 좋은 세상은 고통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다. 이는 아주 일상적으로는 끼니마다 밥 차리는 엄마의 고단함을 남편과 아들이 알아보는 것이고, 음식점이나 경비실에서 일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하는 것이다. 혹서기도 혹한기도 예외 없이 캐리어 위에 방석 하나 깔고 앉아 깐 마늘을 파는 할머니의 다 닳아빠진 엄지손톱을 보면서 그의 삶을 가만히 헤아리는 일이다. 세월호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묵득 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2014년 4월 16일보다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는 것이다.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고 존재가 존재를 닦달하지 않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고통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명할 수 있다면 세상은 분명 다른 세상일텐데, 묘연해보인다.


내가 힘겨운 일을 겪고 있을 때, 그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면 울컥이 아니라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다.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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