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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따러 가자

[도서] 딸기 따러 가자

정은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낮에 비가 잠깐 내렸다. 얼마만의 비인지... 과거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가뭄이 들어도, 홍수가 나도 모두 대통령의 잘못인 양 전국의 모든 언론이 대통령 탓을 하기에 바빴었다. 대한민국에서 정부의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그야말로 언론사다운 건전한 언론사가 단 한 군데라도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언론 소비자 중 한 사람인 나로서도 너무 심하다는 인식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언론사들이 역사상 유례가 없는 봄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와중에도 이게 모두 대통령의 탓이라거나, 밀양에 번진 대형 산불로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대통령은 한가하게 브라질과의 축구 국가대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느냐고 지적하는 언론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언론사들도, 경찰도, 심지어 검찰도 알아서 길 거라는 예언은 현재의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용하다는 어느 여인의 입을 통해 기자에게 전달된 바 있었다. 과연 그 여인은 무속인들과 그리 어울려 다니더니 웬만한 무속인을 능가하는 신통력(?)을 지닌 게 아닌가!

 

"좋은 날도, 슬픈 날도 다 지나갑니다. 기도와 웃음은 정다운 주술과 같습니다. 괴로워도 슬퍼도, 외롭고 서러워도, 두렵고 막막해도, 불안해도, 눈물을 거두고 웃습니다. 어제는 지나갔고 오늘 우리를 기다리는 하루는 다시 희미한 웃음으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안에서 지펴낼 수 있는 온기는 바로 웃음입니다. 전환점이 되는 달에 멀리서 미소 담은 편지를 띄웁니다."  (p.128)

 

한국외대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정은귀 교수의 산문집 『딸기 따러 가자』가 출간되었다. 코로나19를 통과하던 시기, 묵상하듯 인디언의 노래를 찾아 읽으며 고립과 불안을 달랠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열두 달과 지금 우리가 사는 1년 열두 달의 주기를 비교하며 우리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계절 감각과 생활 감각을 일깨운다. 북아메리카에 흩어져 살던 인디언들은 비록 그들이 사용하던 언어는 서로 달랐지만 자신이 깃들어 사는 터를 존중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식으로 생태적 가치를 지켜왔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면을 지녔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투느라 전쟁마저 불사하는 요즘, 인디언들의 지혜는 현대인의 절망을 극복하는 현명한 처방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던 아메리카 인디언은 힘든 환경이나 사건 사고를 두고 투덜거리지 않았습니다. 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순간순간 느끼려고 했지요. 세상은 우리가 바라보는 그대로 우리에게 삶을 돌려줍니다. 이 세상이, 삶이 가치 없다 여기면 모든 일이 쓸모없이 여겨질 것이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이 세상이, 삶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 생각한다면, 주변의 작은 것들도 아름답게 느껴지겠지요."  (p.144)

 

퇴임한 전직 대통령의 사저 근처에서 주야장천 욕설을 퍼붓고, 확성기를 틀고, 근거도 없는 말들을 떠들어대는 인간들의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게 된다. 자신들과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약간의 돈을 갈취하는 게 그들의 목적이겠지만, 아무리 돈이 중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인간성마저 팔아 팽개친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게 생명을 부지한다는 게 무슨 소용이며, 몇몇 지지자들로부터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게 그렇게도 기분 좋아할 일이란 말인가.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여러 사람들의 건강과 평화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을 과연 인간이라 말할 수 있을까.

 

"서로가 소로의 다른 손, 다른 머리가 될 것. 함께 나눌 것. 성탄절에 세상에 오신 분이 가르치는 사랑도 그러한 것이겠지요. 강해 보이는 이에게 굴종으로 엎디지 말고,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의 곁에 머물 것. 혐오의 말들이 난무하는 메마르고 거친 시절에, 구원의 역사를 새로 쓰신 분의 탄생을 기리며, 조금 차분한 성탄 전야를 보냅니다. 사랑으로 오신 분의 사랑의 방식을 생각하며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려 합니다. '구원'이 비현실적인 단어가 된 오늘날, 우리의 구원은 이렇게 작고 가까운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p.223)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경력이 있는 자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주취범죄 처벌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 차별금지법의 통과는 반대하면서 차별은 반대하는 이상한 논리. 선제타격 운운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하는 정부.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란 늘 따라붙게 마련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잘 드러나는 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닌가. 최근 미 백악관의 초청에 의해 K팝 스타인 방탄소년단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한 적이 있다.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의 차원이었지만 낮은 지지율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제고 목적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명분만은 누구나 수긍할 만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지도자들은 얼마나 수준이 낮은가. 모호크 인디언의 어느 할머니는 가족 모두가 길을 잃고 낙심하고 있을 때, "딸기 따러 가자."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낙심과 우울과 절망을 떨치고 일어서도록 하는 원동력은 바로 딸기일 수도 있겠다. 오늘 당신의 '딸기'는 과연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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