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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만 없다면 오늘처럼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씨는 제법 운치가 있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나로서는 막걸리에 파전이 당긴다거나 얼큰한 동태찌개에 소주 한 잔이 그립다는 등 비 오는 날의 술과 관련된 풍경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지만, 빗소리에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서재에 앉아 마음에 드는 한 권의 책을 꺼내 읽는 재미는 다른 어떤 일과도 견주기 힘든 나만의 도락이다. 그러나 적당한 날씨와  모든 구색이 갖춰진다고 하여 매번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정에도 없던 약속이 잡힌다거나, 다른 날보다 지치고 피곤해진 까닭에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거나, 의외의 손님이 불쑥 찾아오는 등 훼방꾼은 곳곳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모든 게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는 상황이 되었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금도 여전히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듯하다. 게다가 일가족 3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신림동 반지하 참변 현장을 대통령이 방문해서 상황에 맞지 않는 실언을 하는 바람에 공분을 샀던 곳의 사진을 카드뉴스 형식으로 제작하여 대통령의 국정 홍보에 활용하려 했던 대통령실의 뻘짓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카드뉴스는 결국 삭제되고 말았지만.

 

비대위로 전환한 여당 국회의원들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수해복구 현장에 참석한 김모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속내를 털어놓음으로써 빈축을 샀고, 길을 막고 발언하는 동안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게 보여주기 식의 행사성 봉사황동인 까닭에 욕을 먹는 것이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의 지도부들이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행동을 하는 까닭에 지지율 20%대를 보이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 대통령실은 사과가 아니라고 하기도 하고, 자택인 아크로비스타가 컨트럴타워라는 괴변을 늘어놓기도 하고, 그럼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느냐고 발끈하기도 하는 등 이전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상한 짓들을 국민들은 많이도 목도하고 있다.

 

나는 요즘 미셸 자우너가 쓴 <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있다. 작가와 나이차는 있지만 작년에 엄마를 잃고 고아 아닌 고아가 된 나로서는 작가의 표현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아빠가 내 목구멍에 팔을 쑤셔넣어 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태산 같은 시간을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려 애쓰면서 보내왔다. 확고한 긍정의 화신이 되어, 우리가 기적의 대열에 서 있다는 착각 속에 스스로를 빠져들게 하려고 발버둥치면서. 그 모든 것을 견뎌내고도 어떻게 이토록 허무한 결말을 맞아야만 할까! 검은 혈관, 머리카락 뭉치들, 병원에서 보낸 밤들, 엄마의 고통. 이 모든 것은 대체 뭘 위한 것이었나!"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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