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문장의 힘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설가, 김훈. 대표작인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생겼다. 특히 그의 히트작인 남한산성은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꽤나 많은 관객수를 유치했다. 남한산성 영화를 본 대다수의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은 책보다 훨씬 못하다 평했고, 책을 읽지 않고 본 사람들의 대다수는 말만 많고 액션이 없다고 너무 지루한 영화라고 평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오히려 책을 읽지 않고 보았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그 대사 하나하나가 왠지 가슴에 와닿아 이후 책을 읽어 본 쪽으로 아주 소수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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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그야말로 말이 주인공이다.
인간의 삶이 자연에서 분화하지 못해 서로 뒤엉켜있던 시대가 그 배경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역사 이전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표지부터 이 책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있다. 말과 하나가 된 사람들의 무리. 서로를 침범하고 정복하던 야만의 시대였으니, 실제 말에서 내려온 시간은 적었다고 하는게 딱 맞는 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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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초(草)와 단(旦)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유목생활을 주로하는 초와 농경 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단의 만남, 충돌, 전쟁. ( 지금이야 '농경 생활을 하는 단이 문명이다'라고 하지만, 진짜 야만이 아닌 문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들 문명의 이기를 존중하고 문화인인 척 하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걸 보면 야만과 문명의 충돌이라는 게 과연 맞는 말인가 싶다. )
야만과 문명이 충돌하며, 그 속에서 무연한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울부짖으며, 태어나고 또 죽어가는 것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초반에 이런 지도로 초와 단의 모습, 지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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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설의 중심에 등장하는 말과 사람의 캐릭터를 소개하여 방대하게(?) 나오는 인물들을 서로 헷갈리지 않도록 했다.(토지를 읽을 때 종종 헷갈려 앞의 인물 소개를 보곤 했었는데...다행히 이번에는 그 횟수가 적었다^^;;)
소설의 중심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말. 신월마 혈통의 토하와 비혈마 야백. 각각 두 마리 말은 초와 단의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며 전쟁을 목도하고 페허를 마주한다. 등장 인물들의 사사로운 감정 표현보다는 간결하게 쓰여진 문장들이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표지에 나오는 말들처럼 사람을 태우도 전장을 누비는 말이 아닌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괜시리 말들의 마음에 빙의해 속상함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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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재밌는 부분은 바로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그 예로 단나라의 모든 것을 기록했다는 책이 있는데, 그 또한 평가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소설임에도 마치 실제 역사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 예로 단나롸 왕을 '캉'으로 부른다는 것. 해설이 그야말로 너무나 그럴 듯 하기에, 나도 모르게 구글 검색으로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했다.(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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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한 부분을 남겨본다.
비혈마인 야백이 본 사람들의 모습.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옷을 입고 사는 인간의 운명에 애뱍은 미소 지었다. 몸통 위에 천을 한 겹 걸치는 그 답답함을 야백은 가엽게, 그리고 어여쁘게 여겼다.' 라니...
당연히 사람이 타고 다니는 동물뿐임에 사람을 가엽게, 어여쁘게 여겼다고 서술한 문장또한 꽤나 그럴 듯 했다. 죽을 때까지 옷을 입고 사는 인간. 그 옷들을 사기 위해, 더 좋은 더 많은 옷들을 사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몸통 위해 한겹 걸치는 것 뿐인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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