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작가의 전작, <오베라는 남자>를 꽤나 흥미있게 읽은 터에 같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작과는 너무나 다른 형식, 분위기의 소설은 또 다른 감동을 주네요.치매에 걸려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
이미 오래전 돌아간 할머니지만, 할아버지에겐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는 여자입니다.
중간중간 소소하게 나오는 기억으로 나타나는 두 분의 사랑이 애틋합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인 노아에게 해줬던 말.
조금은 무서워해도 괜찮아. 오줌을 싸면 곰들이 얼씬도 하지 않을테니 좋지 않겠니?
무서움에..두려움에 떨 손자에게 힘이 되주기 위해. 그걸 당연한 거라고 말해주는 할아버지.
혹여나 실수를 해도 그것도 오히려 좋다고 말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손자를 향한 깊은 사랑을 느낍니다.
점점 자라는 손자. 그리고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
그 둘의 접합점은 아이가 자라고, 할아버지는 기억을 많이 잃게 되는 때이겠지요.
기억의 잃어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애틋했습니다.
이보다 멋진 사랑 고백이 있을까요??
내가 그 사람에게 반했는지가 아닌, 그 사람이 나에게 왜 반했는지가 궁금하다는 할아버지.
그들의 사랑은 정말 수수께끼같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듯 합니다.
가슴을 뜨금하게 만드는 문구였습니다.
세상엔 실패란 없다. 한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다.
일상 생활에서 소소하게 매 순간 거쳐가는 결정과 행동들.
거기에서 투덜거리며 시도하지 않은 것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요.
마치 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라는 말이 ....다시 한 번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짧다면 꽤나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쉽고 빠르게 읽혔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짧지만..강렬하고...마음에 남는 글귀가 많았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할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그 모든 것이 그러마하다....라고 느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