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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기본소득

[도서] 이재명과 기본소득

최경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기본소득으로 준비하는 미래

- 이재명과 기본소득을 읽고

 

기본소득에 호기심은 있었지만 선뜻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어보길 망설였던 이유는 경제, 복지, 행정 같은 어려운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과연 읽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도 앞으로 기본소득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고 하니 큰 맘 먹고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기본소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인 이재명의 이름이 친숙해서 만은 아니다. 보통 이런 책은 유명한 교수나 연구단체에서 쓰기 마련인데 이 책은 현역기자가 썼다. 그래서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보단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되는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기본소득의 의의와 현주소, 앞으로의 과제를 최근에 뉴스에서 접했던 생생한 자료를 통해 설명해주니 나 같은 사람들도 읽는데 부담이 적고 또 앞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더 공부해보려면 어떤 자료를 찾아봐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잘 잡아준다.

전 세계에서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는 학자와 활동가들로 구성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에 따르면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자산 심사나 근로 요건 등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정기적인 소득이다. 이 정의에는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이라는 기본소득의 5가지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 아무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 말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진다. 보통 복지제도라고 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콕 집어서 가장 적절한 형태로 지원해주는 게 일반적인데 그에 비하면 기본 소득은 지나치게 단순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지, 기본소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고 나면 기본소득이 사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고 또 앞으로 겪게 될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섬세하고 세련된 정책이라는 걸 알 게 될 것이다.

 

왜 기본소득이 필요할까?

 

기본소득의 이념적 배경에는 자유민주주의 사상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자유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의지로 직업을 선택하고, 살 곳, 먹을 것, 입을 것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자유민주주의는 대단히 발전해왔다. 신분제도는 없어졌고,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직접 뽑을 수 있으며, 성별, 인종, 종교에 따른 차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해보자. ‘나는 자유롭게 살고 있을까?’ 자유를 보장받는 다고 모두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열심히 일하지만 생계가 빠듯한 직장인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취업준비생도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진 못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돈이다. 생계가 보장되고, 미래가 보장돼야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는 모두에게 적절한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생계 걱정은 덜게 될 테니 직업을 고를 때도 자아실현을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돈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여가생활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내 일상을 자유롭게 채울 여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돈은 노동의 대가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재설정 하는 일은 앞으로 더 중요해 질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또 광범위 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불안정해 질 것이다. 기본 소득이 도입되면 직업을 구하지 못한다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 빈곤층으로 전락 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기존의 일자리를 쪼개 더 적게 일하고 적게 받는 직장도 받아드릴 수 있게 된다. 또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고 계속해서 구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경제도 선순환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빌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 같이 전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이 앞장서서 기본소득의 도입을 촉구하는 것도 아마 이런 맥락에서 일 것이다.

앞으로의 변화에 대응하기에 기존의 복지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가족의 소득 합계가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에게 생계, 주거, 의료 등 각종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기본소득과 가장 다른 점은 무조건적인 보편복지가 아닌 지급기준을 선정하여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가족단위로 준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의 지급기준을 낮추고 보장금액을 높이면 고용불안과 같은 앞으로의 사회 변화에도 적절히 대응 할 수 있다고 생각 할 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기초생활급여를 받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2014년 일어났던 송파 세 모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선별적 복지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 안전망에는 구멍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가난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청을 했다 하더라도 몇 달 간의 심사 과정 동안 각종 증명서 및 진단서를 제출하고 방문조사 등의 과정을 거쳐 가난과 무능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고 승인이 됐을지도 미지수이다.

이 사건 이후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신청방법을 간소화 하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개선의 노력을 보였으나 안타까운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2019년 발생한 봉천동 탈북 모자 사건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다. 이혼한 중국인 전남편이 부양의무자로 되어있어 이혼확인서가 필요했으나 하루하루 먹고사는 모자가 중국까지 다녀오는 건 불가능 했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빈곤층 대비 복지 수혜를 받는 비율은 불과 22.4%에 불과하다. 까다로운 선별과정을 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로봇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용불안은 더 심해져 복지제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 질 것이다. 아무리 제도를 보완하고 인력을 늘린다 해도 앞으로의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며 계속 늘어나게 될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선별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 국민에게 주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빈틈없이 메울 수 있다. 신청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갈 일도 없고 선별과정에서의 행정소요나 낙인효과도 없앨 수 있다. 수급누락이나 부당수급의 문제 역시 당연히 사라진다. 또 소득이 증가한다고 수급액을 줄이거나 끊지 않기 때문에 수급자들의 근로의욕도 꺾이지 않는다. 즉 기본소득은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해 사람들이 빈곤에 빠지지 않게 하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포괄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소득의 현주소

 

기본 소득이 미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제도로 떠오르기 시작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중 최초로 기본소득이 정책적인 시도로 이어진 것은 2016년부터 성남시에서 시행한 청년배당이다. 청년배당이란 성남시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1년간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나이제한을 둬 1년간만 지급한다는 점이 기본소득의 정의와는 약간 다르지만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개별지급 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취지를 적극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주목할 점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했다는 점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은 기본소득이 우리나라에 무사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수 시장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고 중소 영세 업체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로 제공한 것이다.

2016년 청년배당을 받은 청년들을 조사 한 결과 97.1%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월 소득은 30만 원 이하가 36.2%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은 21.7%에 불과했다. 100만 원 이라는 돈이 크지 아닐 수 도 있지만 아르바이트, 계약직으로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청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돈이었다. 무엇보다 청년배당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나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은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게 한다. 성남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재명 지사는 청년배당을 경기도 청년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경기도 전역에서 시행중이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더욱 촉진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급감해 생산, 고용, 투자가 줄줄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가계소득,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에 204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체 도민들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내수시장 활성화이다. 재난기본소득은 성남시 청년배당과 마찬가지로 지역화폐로 지급했는데 이는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경기지역화폐 가맹점 1000곳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월 매출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56%로 절반을 웃돌았고 52%는 폐업이나 사업 축소 계획 철회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재난기본소득의 두 번째 효과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로 발생한 실직자의 82%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프리랜서와 같은 고용보험 미가입자이다. 이런 사람들을 콕 집어서 지원해주는 고용안정지원금, 소상공인 대출지원과 같은 정책들이 추후에 시행되긴 했지만,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모되어 코로나 발생 초기에 갑작스러운 실직자들의 빈곤층 전락을 막아줄 사회안전망은 사실상 없었다. 재난기본소득은 선별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 도민에게 신속하고 빠짐없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코로나처럼 갑작스럽고 범국민적인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시·도에서 비슷한 형태의 정책을 시행하였고 20205월 정부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개별지급이 아닌 가구단위로 지급했다는 점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는 달랐지만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지역화폐로 지급했다는 점은 같았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여러 통계자료에서 나타났다. 20년도 2분기의 가계소득이 19년도 2분기에 비해 4.8% 증가했는데 이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이 각각 5.3%, 4.6%, 11.7%씩 감소했음에도 긴급재난지원금이 포함된 공적 이전 소득이 127.9%나 증가해 감소분을 보전한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계소득을 받쳐주면서 소비지출도 상승세로 돌아섰고 빈부격차 해소에도 큰 효과를 보였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일부 지역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였고, 지급 금액도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이나 되는 만큼 기본소득의 취지에 조금 더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또 기존의 복지정책과는 결이 많이 다른 정책이라 도입초기 여러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기본소득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 효과를 몸소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그 혜택을 받았고 또 코로나라는 국가적 재난에 현금성 보편복지가 효과적이라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기본소득의 도입에 한발자국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과제

 

기본소득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재원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으로 1인당 월 30만원씩 지급한다고 할 때 필요한 재원은 1년에 약 1866000억으로 정부 예산의 약 40%에 달하는 규모이다. 30만원 역시 적절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필요한 돈은 더 많을 것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2019년 정관을 개정하면서 기본소득 재원의 원천을 공유부라고 명시했다. 공유부란 모든 사람에게 속한 토지, 찬연자원 같은 자연적 공유자산과 지식, 기술, 빅데이터 등과 같은 인공적 공유자산을 의미한다. 공유부는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따질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익금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재로 지금도 알래스카에서는 공유부인 석유에서 나오는 돈을 국민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똑같이 나눠주고 있다. 알래스카는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만들어 이 기금의 운영 수입을 모든 주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 금액은 수익금에 따른 것이므로 연간 99만원부터 316만원까지 매년 다르다. 덕분에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는 아니지만 가장 평등하고 빈곤율이 낮은 주로 꼽힌다. 석유를 공공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수익금을 석유산업과 아무 관계도 없는 일반주민들에게도 나눠준 알래스카의 방식을 우리나라에도 대입해보면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새로운 재원을 찾을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탄소를 배출해가며 여러 제품을 만들지만 그 수입금은 온전히 기업만 가져간다. 또 페이스북 같은 IT기업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막대한 마케팅 수입을 거두지만 그 데이터의 원천인 개인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하나도 없다. 이런 데에 탄소세, 데이터세를 부과해 세금을 걷고 그 돈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토지도 마찬가지로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데 이를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을 거두고 있다. 그래서 국토보유세를 걷어 부동산자산에 더욱 강력한 과세를 한다면 기본소득의 재원도 마련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탄소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를 신설한다고 해도 월 30만원씩 지급하는데 필요한 186조원을 확보하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공유부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나누는 것이 그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고, 적은 금액부터 시작해 국민들의 지지와 정책적인 효과를 거둔다면 차차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증세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년 3월에 열리는 대선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누군가는 단순한 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하기도 하고, 재원, 지급방식 등을 지적하면서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의 효과를 100%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누구의 말이 옳다, 틀리다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로봇의 발전이 점점 빨라지는 요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점점 뜨거워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기본소득이 가져다 줄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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