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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도서] 순례 주택

유은실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중학교로 첫발령을 받았던 2004년

흔하디 흔한 수업중 하나의 풍경이 자신의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중학생들답게 여전히 아이답게 순수한 면을 가진 대답들(대통령, 과학자)도 있었고,

사춘기를 막 지나 시니컬하고 현실적인 대답(사장님, 공무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솔직하게 아직 꿈이 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어떻게든 쥐어짜네 포장해서 대답했던 나의 학생시절과는 달랐지만,

열다섯 나이는 한창 자신의 미래를 탐색할 나이니

아직 꿈을 잘 모르겠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중 지금도 기억이 나는 대답은

'단란주점운영'이었다.

스물다섯 살 새내기 교사였던 나는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열다섯 살짜리 아이 꿈이 '단란주점운영'이라고?

이 아이가 나를 놀리는 건가?

나를 시험해보는 걸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데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일단 아이에게 이유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유인즉슨,

아버지가 단란주점을 운영하는데 편해보였다고 한다.

아침에는 가족 중 제일 늦게 일어나고,

낮에는 주로 골프를 치고,

저녁에 가게에 나가서는 카운터에만 앉아있으면 된다는 게 아이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하고 있는걸까?



 

몇년전 한 매체에서 조사한 결과 고등학생 장래희망 2위가 '건물주'라고 한다.

이 소설은 아이들이 그토록 원하는 '건물주'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건물주 '순례'씨는 어려운 이웃에게는 보증금을 받지 않고,

지구를 생각해서 염색도 하지 않는다

썩지 않는 쓰레기,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인간, 쓰고 남는 돈이 순례씨의 3대 고민이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어른'들이 나온다.

몇년 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는 알바를 해야하고,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 사람,

혼자서 남매를 키우는 미용실 원장님,

오랫동안 마을버스를 운전하다가 노졸중으로 쓰러진 길동아저씨

 

그리고,

아직은 미숙하고 독립적이지 않은 인물들에게도 기회를 준다.

권선징악처럼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사람이 '쫄딱'망하거나,

상처준 만큼 더 날카로운 말들로 상처를 입는 게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의 기회'를 얻는 모습이 더욱 좋았다.

 

만약,

이들을 조근조근 밟아주며

받은 만큼 상처를 돌려줬다면 그래서 그들이 가슴에 피눈물을 흘렸다면

한편 속이 시원했을 지 몰라도

뒷맛은 쓰고

이 책이 이 만큼 좋지는 않았을거다.

 

아이들은 '꿈'을 이야기할 때 '직업'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세상에는 좋은 직업도, 나쁜 직업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말 못할 사정에 의해) 몸을 파는 사람도...

.

학생들이 이렇게 힘든 사회상황에서

'건물주'를 꿈으로 갖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대신 그 앞에 수식어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건물주

'어려운 사람에게는 너그러운'건물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건물주

'지구에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는'건물주

등등...

 

아이들이 자신들 앞에 붙을 수식어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양한 모습의 어른을 보여줘야한다.

그리고,

충분한 고민의 기회를 줘야한다.

요 며칠 나만 아무 대비없이 사는 것같아서

부동산카페를 기웃거리고, 재테크 강의를 두리번 거렸는데,

이 책을 읽고 '수림이'처럼 나도 마음이 환해졌다.

요즘 최고의 덕담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라고 한다.

나는

'일한만큼 버는'삶을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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