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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도서] 아무튼, 식물

임이랑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검색을 하면 나오는, 달리 말하자면 꽤 알려진, 지역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지만, 실로 오랜만에 '그래 이런 데가 서점이지'라는 생각이 순간 입 밖으로 나올 뻔할 정도로 그 안에서 머무른 짧은 시간은 소중했다. 소품 매장인지 문구 매장인지 소형 가전 매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그런 '쇼핑몰' 서점이 아니란 말이다. 서점 주인과 직원이 나누는 대화 속 낮은 웃음 소리, 독립 출판물 위에 붙어 있는 직원의 감상평, 고요하지만 적막하지는 않는, 그 뭐라 설명하기 힘든 이런 분위기는 정말 얼마만인지.


이곳에 짧은 여행을 와서 두 군데의 서점과 한 군데의 도서관을 들렀는데, 어찌 보면 꽤나 신기하다 싶은 공통점은, 찾는 이의 눈과 발걸음이 쉽게 다다르는 곳에 <아무튼 시리즈>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곳 지역 특성인지 <아무튼 시리즈>가 믿고 집어드는 책의 반열에 벌써 올랐다는 것인지는 가늠하긴 어려웠지만, 카페에서나 늦은 밤 침대에서나 쉬이 손에 집어들 수 있고 이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다시 가방 속이나 침대 옆 협탁 위로 돌아갈 수 있는 이런 문고본은 여행과 잘 어울리는 짝꿍이 아닐까. 책장 어디엔가 한권쯤 꽂혀 있을 범우 사루비아문고와 같은 책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유튜브 세상이 되자 집중력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이제 문고판 책들이 돌아오고 있다. 단순히 장정만 다시 한게 아니라, '깊이에의 강요'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에게 걸맞은 (폄하하는게 아니라), 그런 내용의 책들이 그런 내용에 걸맞는 형태로 돌아오고 있다. 환영, 대환영.


이제 나는 이 세상에 내가 키울 수 있는 것과 키울 수 없는 것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라날 가능성도 없이 공들여 키워왔던 것들 중에는 뜨겁고 건조한 땅이 고향인 식물도 있었고, 사람의 마음도 있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내 커리어의 어떤 부분도 그렇다.

매일같이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해 키워도 결코 자라나지 않는 것, 슬프지만 그런 것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중략)

다행히 삶에는 대단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자라나는 것들도 있다. 나의 기질과 내가 가진 환경에 맞는 식물들은 태양과 바람만으로도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아주 가끔 운이 좋은 날엔 어떤 노래들이 쉽게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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