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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도서]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저/김지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해서 더 충격을 주지 않지만
주인공 로자의 심리와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이 실화소설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질문하게 된다.
전쟁의 암울한 시기의 공포와 고통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어 읽는 내내 그들의 슬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한편 시대 배경과 상관없이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이젠 좀 밝은 이야기를 읽어야 되는데 왜 소설은 이리도 슬픈 이야기가 많은지, 그만 읽기를 포기할까 싶다가도 로자가 처한 세계로 어느새 빠져들어 잡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소설을 읽는 성취 아닌가.
김연수 작가가 산문집 <소설가의 일>에서 이야기를 읽을 때 얼마나 대단한 걸 원했는가, 얼마만큼 생생하게 느꼈는가, 무엇을 배웠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하게 하고 답을 찾게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로사의 심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행동까지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울 때가 있었다.
나라면 자신을 끌고 가서 감시하고 명령하는 친위대 장교에게 끌리고 그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로자를 벌 줄 수 없다. 비난할 수 없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원수는 갚는 일은 내 일이니 내가 갚겠다'고 성경 구절을 인용해 말했듯 징계는 신의 영역이다.
전쟁의 참혹한 상황이라도 사랑과 행복을 누릴 이유는 있으니까, 파티에도 가서 즐기고싶고 사랑에도 목말라하는 것이다.
왜 안되겠는가, 누가 누구를 비난한단 말인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히틀러는 자신의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를 감별하기 위해 여자들을 고용한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실제 히틀러의 시식가였던 유일한 생존자인 한 여성의 고백으로 탄생한 이탈리아 작가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로자는 히틀러의 시식가였다. 전쟁이 끝나고 동료들은 처형을 당했고 혼자 살아 남아 오랜 세월을 침묵하며 살았다.

소설 속 로자는 남편은 전쟁터로 떠나고 전쟁으로 부모를 일찍 잃었다. 그녀는 시부모와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친위 대원들에게 끌려간다.
마치 우리나라의 위안부가 끌려가듯 저항도 못하고 잡혀가 살고자 복종하고 나치 추종자가 아님에도 나치에 순응하며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왜 히틀러의 시식자는 여성이어야 하는지, 그것도 젊은 여성이어야 했는지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갔다.
여성은 영웅이 될 수 없으니까?
로자는 그런 와중에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듣고 더 절망에 빠진다.

"고통이 너무나 큰 나머지 그 이유마저도 잠식되고 있었다. 고통은 내 인격의 일부분이 되었다."(p.156)

고통은 그녀의 일부분이란 말에 가슴이 아린다.


"쓸데없는 것은 모두 제거해버리고 정말 중요한 것, 나를 나로 만드는 본질적인 것에 접근하려는 눈빛이었다. "p162

"노래를 부르면 누군가 그 돌을 치워주는 것 같아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길게 호흡하지 못했던가. "p170

그러나 전쟁 중이라도 자신을 온전히 포기하고 살 수 없다.
그럴 때 자의식은 어쩌면 더 강해질지도 모른다.
탈출구가 보이면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로자가 남편 그레고어가 아니라 '나는 삶이 그리웠다'라는 고백에 잘 드러난다
이야기는 영웅의 서사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의 삶의 피로와 방황이다.
평범하게 사는 인간이 어떻게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지 로자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하지만 독일은 죽음을 존중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강인한 인간을 필요로 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인간 말이다. p172

내 배 속에 구멍이 생겼다 모든 이의 결핍을 담은 구멍이었다. 거기에는 그레고어와 내가 가지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p186

내게 아버지는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재판관이었다. 히틀러는 대안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치글러는 그렇지 않았다. p197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수치스러운 일이나 나치 추종자라는 명목으로 또 죽어야 하는 일.
사랑도 가족도 모두를 잃었는데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지금 우리 시대도 다른지 않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말했지만
우리는 평범한 인간이니까,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살고 있을 뿐이다.
로자의 캐릭터는 모호하나 어쩌면 그것은 우리 인간의 모순을 대변한다.
잔혹한 일을 자행한 히틀러가 동물의 살생을 끔찍하게 여겨서 채식주의자였다는 모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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