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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eBook]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나응식 저/윤파랑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1. 고양이에 대한 첫 번째 기억

겁이 많다. 무서운 이야기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 이유를 굳이 따져본다면, 시골이라는 자연환경과 전설의 고향이라는 TV 때문이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모든 무서운 장면은 우리집 주변에 존재했다. 대나무숲, 부뚜막, 폐가, 오래된 기와집.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은 나에게는 현실이었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와 개, 그리고 지네가 얽힌 편이었다. 오래 묵은 지네 독이 음식에 떨어져서 먹으면 위험한 상황. 위험을 알리기 위해 고양이와 개는 끝까지 울었고, 결국 고양이가 죽었던가, 쫓겨났던가 했다. 후일 고양이가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는 내용인가 싶지만,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 썼던지라 정확한 기억은 없다.

하나 확실한 것은 고양이는 요물이며, 무서운 동물이라는 기억이 선명하다. 그날 이후로 통실로 (푸세식인데 배설물이 통통 떨어진다고 우리 동네에서는 통실이라 불렀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울어대는 고양이가 너무 무서웠고, 급기야 나는 마당에서, 요강에서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야단보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더 무서웠으므로.

 

2. 고양이에 대한 두 번째 기억

고양이는 요망한 동물이었다. 우리 집 창고에 새끼 냥이 한 마리 홀로 남아 밤새 울었다. 어찌된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모든 새끼들은 밤새 옮겨졌는데 아침까지 한 마리 홀로 남았다. 점심시간까지 홀로 두었으나 어미가 데려가지 않았고, 부득이 우리 집에서 키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집안 사정상 10일간 고양이를 돌볼 수 없었고, 걱정된 나머지 홀로 10km를 걸어 고양이를 모시고 할머니집으로 데려오던 차였다. 매우 어렸고, 야생 냥이다 보니 가방 안에 고이 넣어 올 수 밖에 없었다. 8km쯤 왔을까. 문득 울어대던 고양이 소리가 조용해졌다. 어린 마음에 혹시나 죽었나? 라는 걱정과 함께 숨구멍이라도 열어줘야겠다 싶어 가방을 조금 여는 순간! 내 손을 할퀴고 달아났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애타게 이름을 불렀으나 놀란 고양이는 저 멀리 달아났다. 그날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후일 그 냥이는 내 친구 집 보일러실에서 성인이 되어, 아기도 낳고 천수를 누렸다.

 

3. 고양이에 대한 현재 기억

알레르기가 심하다. 봄 가을마다 고통받고, 청소를 할 때마다 넘쳐나는 콧물과 재채기로 고통받는다. 잠도 자주 설치는 편이다. 내 코를 복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일주일에 두 번, 세 번씩 한다. 그런데 반려인의 반려묘는 쉽지 않다. 정말 때로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 그래도 알고 싶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함께 사는 길이 있으리라 믿는다. (증세가 심해져서 끝끝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점은 무지도 폭력일 수 있다는 점. 나보다 약한, 그리고 우리와 소통을 할 수 없는 존재이거나,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면 더더욱 야만적인 일 수 있다는 점. 너무나도 미안해서, 때로는 정말로 내가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그렇다면 널 이해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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