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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도서] 웨어하우스

롭 하트 저/전행선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깁슨.
드론 택배 업체 "클라우드"의 창업자인 깁슨은 췌장암 4기에 접어들었다. 의사는 그에게 생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선에서 물러나 아내 몰리와 함께 여행을 떠나 마더클라우드를 가능한 한 많이 돌아보고 직원들을 만나보기로 결정한다. 자신의 뒤를 이어 CEO가 될 사람을 지목하는 건 조금 미뤄둔다.

팩스턴.
그는 버스에서 내린 뒤 뙤약볕을 오랫동안 걸어 황량한 마을에 있는 클라우드에 도착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클라우드 채용 면접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는 정원 안에 들었고, 나눠준 태블릿 화면 속 질문들에 나름의 거짓말을 섞어 대답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합격 통보를 받고 다른 합격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향한다.
비좁은 기숙사에 도착한 그는 물건을 옮기는 피커인 빨간색 폴로셔츠가 있기를 바랐지만,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보안요원의 파란색 폴로셔츠가 놓여있는 걸 본다.

지니아.
그녀는 자신이 합격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가는 동안 클라우드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데 면접장에서 만난 남자가 말을 걸며 곁에 앉았다. 함께 일하는 사람과 어느 정도의 교류는 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거짓말로 적당히 둘러대며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모든 직원이 다 착용해야 하는 클라우드밴드를 뚫고 어떻게 임무를 달성할지 생각하던 지니아는 자신의 방에서 기술직의 갈색 셔츠가 아닌 상품 담당인 빨간 셔츠를 발견한다.



"이곳에 있으면 마치 다른 행성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예를 들어, 우린 심지어 여기서 걸어 나갈 수도 없잖아요. 간다고 해도 어딜 가겠어요?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전에 탈수로 죽고 말걸요." p.204



드론으로 택배를 배달한다는 소설의 설정은 현실에서 상용될 예정이라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직은 도입되지 않은 시스템이지만 머지않아 드론으로 택배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물건을 택배로 주문하느냐에 따라 조금 불안하기도 할 테지만 말이다.
소설 속의 드론 택배라는 설정만 보면 너무나 편한 시스템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모든 물건을 택배로 주문하고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게 된 이유가 있었다. 초반부터 내내 언급된 "블랙프라이데이 대학살"이었다. 이 사건이 어떻게, 왜 벌어졌는지, 그 사건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거의 모든 제품을 가장 큰 폭으로 세일하는 기간인데, 이 기간에는 상품들이 동이 나고 때로는 폭력 사태도 일어나기도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 기간에 벌어진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물건을 사기 위해 가까운 가게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소비자의 집 앞에 안전하게 물건을 배달해 주는 시스템으로 인해 클라우드는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독점 기업의 형태가 됐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일자리 면에서도 클라우드가 아니면 사람들은 안전하지 않은 일을 찾아 헤매야만 했다.

클라우드를 배경으로 죽어가는 CEO 깁슨, 과거 클라우드에 발명품을 납품하려다 망하고 직원으로 일하게 된 팩스턴, 사주를 받아 일하는 기업 스파이 지니아의 시점을 오가면서 소설이 진행됐다. 숙식을 제공하는 클라우드가 주요 배경이긴 했으나 인물과 상황 위주로 전개됐다.
클라우드 때문에 망한 남자와 클라우드를 망하게 하려는 여자의 만남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해심이 생기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 팩스턴이나 지니아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었고, 클라우드에서 지내는 동안 어마어마한 제약이 있었는데도 바깥보다 여기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외로운 생활을 하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면서 마음이 풀어지기도 했다. 비밀스러운 임무를 짊어진 지니아보다 팩스턴이 그녀를 더욱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래서 후반으로 가면서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될 팩스턴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도 했다.



"전에 미국의 평균 주간 근무 시간이 몇 시간이었는지 알아? 40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쉬었지. 그리고 연장 근무 수당도 받았어. 건강보험은 급여에 포함됐었고. 그거 알아? 보수는 기이한 신용 시스템이 아닌 돈으로 받았어. 집도 소유했었지. 일과 별개의 삶도 유지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어때? 당신들은 일회용품을 포장하는 일회용품이나 다름없어." p.394

"우리가 여기서 누리는 게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잖아요? 우리에겐 직업이 있어요." p.445




소설이 중반 이후 후반으로 향해 가면서 클라우드 내의 시스템에 대한 의문점이 드러났다. "오블리비언"이라 불리는 마약 유통이라든지, 생체 반응을 통해 움직이는 클라우드밴드 외에 여러 부분에 대한 비밀도 하나둘씩 밝혀졌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지니아가 끼니를 때울 때마다 찾아갔던 클라우드 버거였다. 내가 먹은 것도 아닌데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싶었다. 그리고 전체주의를 다룬 책들은 유통이 안 되거나 어렵다는 점 또한 클라우드의 비밀이었다.
미국 전역에 자리 잡고 있는 클라우드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비유하자면 <1984>의 빅브라더와 같았다. 하나의 기업이 장악한 시장으로 인해 세뇌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그래도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결말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이런 소설이 새로 나오면 조지 오웰이나 올더스 헉슬리,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처럼 디스토피아 걸작에 비견된다고 의례 홍보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정도 흥미진진하긴 했지만 거기까지의 반열에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소설이었다. 무난하게 읽긴 했는데, 유명한 소설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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