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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도서] 딜레마

B. A. 패리스 저/김은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갑자기 모든 게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우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우리를 에워싼 것들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p.205



리비아는 마흔 번째 생일을 오랫동안 기대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어야 할 그녀의 결혼이 서둘러서 신고만 하고 끝났기 때문이었다. 창창한 미래를 앞두고 성인이 되어 무엇을 하고 살지 계획했어야 할 때에 아기를 가져 애덤과 급하게 결혼해야 했다. 독실한 신자인 리비아의 부모님은 그때부터 딸과 절연을 했기에 결혼식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님은 리비아와 애덤, 첫아이 조시를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나 생일 같은 때에 카드를 보내도 답장 한 번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리비아는 마흔 번째 생일만큼은 파티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었다. 그 생일이 리비아에겐 결혼식 대신이었다.
오랫동안 꿈꾸던 바로 그날, 리비아는 행복하면서도 불안하다. 홍콩에서 유학 중인 딸 마니가 시험기간이라 올 수가 없다고 해서 안심이 되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을 가지는 엄마라니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6주 전에 알게 됐지만 그동안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애덤에게 숨기는 게 미안하다.

애덤은 리비아의 생일 아침부터 분주했다. 점심때 친구들과 만날 예정인 리비아 대신 파티 준비 상황을 살펴봐야 하고 리비아에게 줄 생일 선물을 찾으러 가기 위해 시내에도 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엄마에게는 못 올 거라고 말한 마니의 깜짝 출연을 위해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하고 준비도 해야 했다. 애덤은 마니의 등장으로 리비아가 더없이 행복한 마흔 살 생일이 될 거라 여겼다.
그렇게 아내의 생일 파티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던 애덤은 마니가 탔어야 할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다.



딸애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변할 테고 그러면 우리는 그동안 꾸려온 만족스러운 삶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p.28

내 대답을 기다리며 서 있는 아내를 보면서 지금이 아내가 행복을 느낄 마지막 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p.180




20년 넘게 함께 살며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부부 리비아와 애덤은 서로에게 숨기는 비밀이 있었다. 그것도 리비아의 마흔 번째 생일날에 두 사람은 머릿속에 불안을 가득 안고 있었다. 리비아가 애덤에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고, 곧장 마니가 탔을지도 모를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기사로 애덤은 극도의 불안을 안고도 감추는 하루가 이어졌다. 그리고 리비아가 숨겼던 비밀이 이내 드러났다.

두 사람의 비밀은 각자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딸 마니에 관한 것이었다. 애덤과 리비아가 숨길 수밖에 없는 마니의 일은 과연 누구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할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였다. 리비아는 자신의 과거와 조금은 겹쳐 보이는 지점이 있어서 마니에게 정말 실망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애덤은 아직 확인할 수 없어서 그 누구에게도 마니의 일에 관해 의논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이 소설의 재목처럼 딜레마였다. 애덤과 리비아는 서로를 정말 많이 사랑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일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리비아는 애덤이 마니에게 너무나 실망을 할까 봐 말할 수 없었고, 애덤은 혹시라는 가능성에 기대며 리비아의 세상이 이전과는 달라지는 걸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었다.
그걸 보며 두 사람의 마음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기적인 이유로 감춘 게 아니라 서로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비밀로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상황이 어떻게든 잘 끝나기만을 바라며 읽었다.



by. 리비아
나의 세계는 6주하고도 3일 전에 무너졌다. p.157

by. 애덤
이제 그 순간이 왔다. 아내의 세계를 갈기갈기 찢어야 할 순간이. p.304




소설은 리비아와 애덤의 시점을 오가며 진행됐고, 생일 파티가 열리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거의 한 시간 단위로 나눠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상세하게 보여줬다. 서로 다른 딜레마를 안고 있었지만 소설이 흐르면 흐를수록 어깨가 더 무겁게 짓눌린 사람이 너무나 안쓰러웠기에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부부가 각자의 비밀을 마침내 말하게 됐을 때 서로에게 보인 당연한 반응이 있었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이 순간은 지나갈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단지 지나가는 게 아니라 마음에 담아두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비밀이 생기는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애덤과 리비아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기에 지금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B. A. 패리스의 소설은 다 읽어봤는데 이 소설 역시 재미있었다. 제목과 잘 어울리는 내용을 보여주며 두 사람의 심정 모두를 납득할 수 있게 만들었다. 탁월한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었고, 몰입감 있는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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