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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도서]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차례 및 간략한 내용

재희
게이인 "나"는 대학 동기 재희의 결혼 소식을 듣고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이태원의 어느 호텔 주차장에서 남자와 키스하는 걸 본 재희는 이후 나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러다 재희가 새로 이사한 학교 앞 원룸을 누군가가 훔쳐본다는 말에 나는 그때부터 재희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남자를 좋아하는 재희와 역시나 남자를 좋아하는 나의 동거는 술과 담배, 여러 남자와의 섹스 이야기로 성별을 뛰어넘는 친밀감을 쌓아갔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완치된 줄 알았던 엄마의 암이 재발했다. 6년 전, 엄마의 암이 처음 발견됐을 때 회사를 때려치우고 애증 어린 병수발을 들던 나는 어느 인권단체에서 주최하는 인문학 강좌를 듣다가 그 형을 만난다. 과거 편집자였고 현재는 철학 교정지를 봐주는 그 형과 어느새 가까워져 깊은 관계가 된다. 하지만 그 형은 자신이 게이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도시의 사랑법 낮에는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니고 밤에는 클럽 디제잉을 하는 규호와 사랑에 빠져 동거를 하게 된다. 둘이 만나는 동안 여러 일이 있었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었다. 물론 싸울 때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김없이 서로의 곁에 머물렀다. 그러나 나에게 존재하는 "카일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늦은 우기의 바캉스 나는 틴더로 알게 된 하비비를 태국의 호텔 스위트룸에서 만난다. 마침 그 호텔은 1년 전 규호와 묵었던 곳이라 나는 여러 감정을 느낀다. 낮에 하비비는 일을 하러 가고, 나는 혼자 태국을 돌아다니며 회상에 젖는다.



늦은 우기에도 비는 오고, 다 늦어버린 후에도 눈물은 흐른다. <늦은 우기의 바캉스> p.306



처음엔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연작소설인 줄 알았다. 주인공인 남자, 이후에 영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화자가 대학 시절 동거하던 여자인 친구 재희의 결혼식에 참석해 동기들에게서 동거, 낙태에 관한 소문이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러다 재희와 어떻게 서로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됐는지 과거 회상이 시작되면서 놀라움을 안겨줬다.
퀴어를 소재로 한 문학과 영화는 종종 접하고 있는데, 대부분 아니 거의 외국 문학과 외국 영화들이다. 한국 문학도 있었지만 퀴어가 주요 소재가 아닌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국 문학이고, 주인공의 사랑이 주가 될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으며, 내용을 그렇게 무겁게 그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실 소설의 시작인 <재희>를 읽을 땐 너무 직설적이라 놀라긴 했다. 필이 꽂히면 만나는 영과 재희의 문란함이 고지식한 나의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재희는 두 명의 남자와 비슷한 시기에 자서 생긴 아이를 낙태하기 위해 영과 함께 산부인과에 가기도 했다. 산부인과에서 생긴 일은 고지식한데 더러 개방적인 면이 있는 내게 통쾌함을 안겨준 게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했다.



나는 내가 아닌 존재로, 아무것도 아닌 채로 순식간에 그라는 세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 p.109

때때로 그는 내게 있어서 사랑과 동의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게 규호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규호의 실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사랑의 존재와 실체에 대해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늦은 우기의 바캉스> p.307




이후에 등장한 이야기들은 게이로 사는 영의 모습을 주로 보여주며 진지하게 만났던 형과 규호에 대한 마음, "카일리"라는 별명을 붙인 그것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삶, 그리고 애증 관계였던 엄마와의 모습 등을 그리고 있었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각자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가족과 연인, 친구 등의 관계가 마음처럼 되지 않을 테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을 할 수도 있다. 영의 모습도 그렇게 보였다. 아빠가 바람난 뒤 자식과 조금은 틀어졌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서로를 지킬 수밖에 없는 엄마와의 관계는 어떤 면에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하다 헤어지고, 시간이 흐른 뒤에 떠올리게 되는 연인과의 관계는 영에게는 어렵게만 보였다.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영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었고, 영이 사랑했던 형과 규호를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했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해야만 했던 건 이성애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안쓰러웠다. 영이 진지한 마음을 가졌던 두 사람과의 이별은 오랫동안 외로움으로 남은 듯 보였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한국에서 태국으로 정처 없이 떠돌고 흐르는 모습은 화려함 뒤의 외로움을 더욱 짙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한국 문학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 처음엔 당황과 놀라움을 안겨줬지만, 중반엔 웃기기도 하고 굉장히 직설적인 면이 있어서 통쾌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여운이 있었다.
이전에는 접해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느낌의 한국 소설이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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