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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도서] 네 번째 여름

류현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성범죄자에게 유독 중형을 내리는 검사 정해심은 치매로 입원한 아버지 정만선이 계신 요양원의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를 욕조에서 범하려다가 들켰다는 것이었다. 해심은 30년 넘게 곁에서 봐온 아버지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치매라는 병이 성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급히 요양원으로 향한 해심은 보호사들에게서 두드려 맞아 얼굴이 엉망인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들이 아무리 말리려 해도 아버지가 할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피해자 할머니는 아들 하영석이 데리고 가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말을 전했다.

해심은 성범죄에 특히 엄격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결국 CCTV를 보여달라고 청하는데, 안타깝게도 방과 복도 등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CCTV를 보다 보니 아버지와 피해자 할머니 고해심 씨가 최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확인해 보려는 해심에게 할머니의 아들 영석이 나타나 합의금으로 1억을 불러 난감해졌다.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질문이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세상에 옳은 일이라는 게 있을까? 누군가에게 옳다면 누군가에게는 옳지 않을 수도 있는데. p.142



아버지로 인해 해심이 곤란해진 이유는 '황금엉덩이'라는 별명을 가진 검사였기 때문이다. 고소인의 엉덩이를 1초 스쳤다는 피고소인에게 중형을 때린 이후 생긴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해심은 성범죄에 유난히 예민했다. 그런 그녀에게 아버지의 강간 미수 사건이 일어났으니 곤혹스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상황으로 인해 아버지가 저지른 일이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는 CCTV라도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욕실에는 CCTV가 없어 자세한 정황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피해자 할머니의 아들 하영석이 합의금을 어마어마하게 높게 부른 게 그녀의 오기를 발동시켰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녀는 혼자서 사건을 파헤치려고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었던 건 피해자 할머니의 이름이 해심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할머니가 남해의 같은 고향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다.
이후 시점이 바뀌어 해심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해심의 아버지와 만선의 아버지, 그리고 해심이 거의 키우다시피 한 덕자와 덕자의 아버지 하용범까지 지독하게 얽힌 관계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소설이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 그들 사이의 진실이 밝혀졌지만, 그 이전의 이야기를 통해 이 모든 건 하용범 때문에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욕심이 많으면서도 비굴한 인간이었고, 그 무엇이든 남의 것만 탐하려 드는 탐욕이 가득했다. 오죽하면 하용범의 딸 덕자가 아빠보다 자신을 키워준 해심 언니를 더 따랐을까 싶다.
해심과 만선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시대로 인해 자신들의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가 없었다. 결국 '꽃섬'이라는 작은 섬에서 두 사람은 만나 사랑을 꽃피웠고, 그 모습을 덕자만이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과거가 바깥으로 드러날 수 없었던 건 만선 아버지의 배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 이면에 숨은 또 다른 비밀 때문이었다. 그리고 질투심 많은 누군가의 거짓말과 탐욕이 그들을 갈라놓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그따위 짓을 저지른 인물은 하나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펼쳐졌을 때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럴 줄은 몰랐다는 마음에 배신감이 내게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게 사랑이라면, 평생 외롭고 쓸쓸히 살아가며 원망하는 게 사랑이라면요. 차라리 저는 사랑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요."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고 쓸쓸한 건 마찬가진데 저라면 사랑하면서 외롭고 쓸쓸한 쪽을 선택할 거 같은데요." p.255~256




이 소설에는 해심과 만선의 사랑, 만선과 해심을 지켜보는 덕자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만선의 아내 문희의 사랑 또한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문희의 사랑은 평범을 뛰어넘어 삐뚤어진 것이라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향해 있지 않은 사랑을 구걸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되었어도 그 삐뚤어진 마음을 놓지 못하던 문희가 마지막엔 가엽기도 했다.

스릴러로 시작되어 여러 사랑으로 끝을 맺었던 소설이다. 젊은이들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향해 오랫동안 마음에 품은 감정들이 변하지 않거나 혹은 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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