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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도서] 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저/윤미선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너한테 갚을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네가 최고이기 때문에 부탁하는 거야. 버그 너처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껏 못 봤으니까." p.87



보러가드 버그 몽타주는 범죄 현장 도주 차량을 운전한 과거를 청산하고 사촌 켈빈과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 키아와 아이들 제이본, 대런, 그리고 첫 결혼에서 낳은 딸 아리엘에게 떳떳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빠와는 다르게 말이다.
보러가드의 아빠는 집에 있던 때가 드물었고 엄마와도 사이가 영 좋질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보러가드에게 남은 아빠에 대한 몇 안 되는 기억은 그리 좋은 게 없었지만, 그는 그걸 윤색해 추억으로 마음속에 담았다. 그리고 아빠가 남긴 차 '더스터'를 그 무엇보다 애지중지 아끼며 지금까지 몰았다.

하지만 보러가드를 둘러싼 상황으로 인해 자꾸만 나쁜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정비소 대출금이 오랫동안 밀렸고,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는 건강보험 문제로 인해 쫓겨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전처와 살고 있는 딸 아리엘의 대학 등록금까지 보러가드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길거리 자동차 경주에 나가 조금이라도 돈을 따 보려고 했지만, 누군가의 수작질로 가지고 있던 돈까지 빼앗겼다.
그런 상황에 미치광이 로니 세션스가 보러가드를 찾아와 큰 건수가 있다고 말했다. 보러가드에게 갚을 빚이 있었던 로니는 그의 운전 실력이 꼭 필요하다고 하며 합류를 설득했다. 결국 이번 일만 하기로 마음먹은 보러가드는 로니와 허세에 찌든 콴과 함께 크게 한탕을 하고 성공하지만, 무서운 사람의 물건을 잘못 건드렸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들은 널 반드시 찾아낼 거야. 그리고 너는 네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도망을 다녀야 할 거고. 네 아이들과 처를 버리고 말이다." p.201



보러가드에게 운전은 천부적인 재능이었다.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차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덕분이기도 했지만, 어렸을 적 차를 아끼던 아빠 덕분에 습득한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실력을 레이서가 되어 F1 같은 데에 썼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역시 아빠로 인해 범죄에 쓰게 된다. 10대 초반에 처음 운전을 해보게 된 상황이 아빠를 위협하는 나쁜 놈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보러가드는 소년원에 다녀오게 됐고, 아빠는 이미 사라져버린 뒤였다.
과거 회상 같은 건 아빠와 시간을 보내던 10대 때 외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문장 속에 담긴 의미로 봐서 소년원을 나와 첫 결혼을 한 뒤 현재의 아내인 키아와 결혼하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보러가드는 범죄자들의 도주를 도우며 살았던 걸로 보였다. 키아를 만나고 두 아이를 낳은 후에 그는 비로소 변할 마음을 먹고 떳떳하게 정비소를 운영하며 열심히 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이라는 게 언제나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라 보러가드에게도 나쁜 일이 찾아왔다. 문제는 그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나쁜 마음을 먹기 마련인데, 로니가 때마침 찾아와 큰 건수에 대해 말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키아가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보러가드는 그 일을 해내고야 말았고, 심지어 성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훔친 다이아몬드가 진짜 악랄하고 나쁜 놈인 레이지의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레이지는 부하들을 시켜 자신의 주얼리 상점을 털어간 게 누군지 찾아내기 시작했고, 금세 로니를 거쳐 콴, 보러가드까지 붙잡아왔다. 그가 정말 무섭고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라는 게 글 속에서 느껴졌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보러가드의 운전 실력을 경이롭게 여겨 어떤 일을 제안했다. 그 일만 제대로 처리해 준다면 다이아몬드를 털어간 걸 탕감해 주고 가족들까지 무사할 거라는 약속을 했다. 보러가드의 입장에서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피아노 혹은 기타를 치기 위해 태어났다고들 하지만, 그에게는 차가 악기였고 지금은 차로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몸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냉기는 심장에서 시작해 손끝, 발끝으로 번졌다. 그는 지금보다 더 현재에 집중할 수는 없다고 느꼈다. 그는 그것이 진실임을 느끼는 동시에, 그 사실이 슬프지 않을 수 없었다. p.168



소설이 정말 속도감 있었다. 차와 부품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신이 내린 운전 실력을 가진 보러가드가 모는 차를 타고 범죄 현장에서 도주하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졌다. 그 도주가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며 영화처럼 재생되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에는 어김없이 배신과 또 다른 사건으로 긴장감 있게 몰고 갔고, 가족에게까지 위협이 끼쳐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비극으로만 향해 가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소설은 비극으로 끝나진 않았지만 해피엔딩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손이 더러워진 보러가드의 삶이 과연 그렇게 마무리가 된 걸로 끝일까, 레이지의 큰 건수로 인해 손해를 본 이들은 복수를 하기 위해 달려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도보다는 걱정이 더 컸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범죄 소설이었다. 읽는 동안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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