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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자

[도서] 복수전자

조경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복수라는 것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복수심으로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복수를 해주고 있는 겁니다. 비교적 영리하게." p.62



어느 경찰서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김밥집에서 난동을 부리다 잡혀온 기성우, 김밥집 주인 아주머니, 그리고 모든 걸 목격한 학생 보미였다. 그리고 경찰들은 그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그로 인해 화가 난 건 보미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어떤 남자가 기성우의 일로 합의를 하겠다며 경찰서에 급히 들어왔다. 역시 대단한 집 아들이었다고 생각하던 보미는 남자가 제시한 합의 금액에 화들짝 놀란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 상황에 놀란 건 역시나 보미뿐인 것 같았다.

기성우가 김밥집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하고 떠나는 모습을 본 보미에게 경찰이 말을 걸었다. 기성우는 자신의 아버지가 피해를 입힌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작은 소란을 떨고 대신 사죄하고 피해 보상금이라도 챙겨주고 싶어서 저런다고 말이다.
경찰서 밖으로 나온 보미는 자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기성우와 마주한다. 이후 두 사람은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된다. 기성우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린 보미는 그에게 '복수전자'의 QR코드가 담긴 간결한 명함을 건네주고 떠난다.



요즘에도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파사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복수전자는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QR코드만 달랑 있는 명함부터 독특했기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기성우는 QR코드를 통해 복수전자 게임을 다운로드 받았고, 50단계에 이르는 게임을 마스터했다. 그렇게 엔딩에 이르자 복수전자 미션을 완료했다며 분이 풀리지 않으면 연락하라는 전화번호가 떴다. 기성우는 전화를 걸기보다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하고 복수전자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도팔과 의뢰자 응대 및 관리를 하고 있는 요셉, 그리고 이 모든 걸 설계한 테오 신부님을 만나게 된다.



"복수를 한다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렇게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고통의 통점도 다른 법이니까. 내겐 고통이지만 상대방에겐 그게 행복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중략)
진짜 복수는 내가 아닌 그 사람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무언가를 던져주는 겁니다. 그게 당신한테는 달콤한 꿀처럼 여겨지더라도." p.96




복수라는 감정에는 억울함이 있었다. 상대를 향한 원망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소소한 일로 복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 게 당연했다. 정말 악한 인간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억울함을 법이 해소해 주지 않을 때 복수심이라는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복수를 할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상대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게 전부일 텐데, 그렇게 하고 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복수를 한 당사자는 법적 제재를 피할 수가 없다. 그로 인해 복수를 한 당사자의 인생 또한 망가진다.
그런 사적인 복수를 복수전자가 대신해 준다고 했다. 의뢰인의 복수심 검증을 위해 게임 50단계를 완료해야 하고, 전화 연락과 직접 면담을 거친 후에는 수십 페이지에 이르는 설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까지 완료한 뒤에는 복수전자에 복수를 일임하는 서류와 비밀 유지 각서 또한 써야 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복수의 단계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성우는 255번째 의뢰인이 되었다. 재미있는 건 복수전자에서 복수를 할 때 기존 의뢰자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기존 의뢰자들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포진해 있었고, 심지어는 밝힐 수는 없지만 높으신 분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복수전자의 복수는 전문적이었다.

복수전자에 몸을 담은 세 사람과 기성우가 장기적인 복수를 계획하게 되면서 여러 의뢰자들이 등장했다. 부당한 청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보수 삭감 처분을 받은 9급 공무원 옥선정, 수학여행에 간 딸이 버스 운전자의 졸음으로 목숨을 잃자 분노한 아버지 한상현, 여섯 살 딸을 살해한 10대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엄마 정혜영 등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감옥에 보낸 목격자에게 보복을 하려고 가짜 의뢰를 한 윤두성과 테오 신부와의 원한이 있는 마우석 또한 의뢰자로 등장했다.
중반까지는 복수를 하고 싶은 의뢰자들의 사연이 주를 이루는 사이사이에 기성우가 자발적으로 복수전자의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내부 사정을 조금씩 보여줬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간 이후에는 요셉과 테오 신부의 사연을 중심으로 흐르며 그들이 복수전자를 만들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었다. 특히 어린 딸을 잃은 엄마의 사연은 실제로 일어난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해서 나도 모르게 화가 절로 솟구쳤다. 아마 모든 이가 공분할 사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복수의 결말은 복수전자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내가 보기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끝을 맺어서 속이 후련했다.



내게 닥친 불행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어쩌면 그 마음이 복수전자 사람들이 바라던 진정한 복수일지도 모르겠다. p.151



책을 읽으면서 대신 통쾌함을 느꼈던 건 복수라는 감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 때문이었다. 법은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복수심이 생겨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복수전자가 현실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복수심을 가지게 될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일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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