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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싸부

[도서] 건담 싸부

김자령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요리는 먹이는 일이다. 무슨 말인 줄 알아?"
"먹이는 일이요?"
"맛있게 만들어 내는 거, 그걸로 솜씨를 뽐내고 칭찬을 듣는 거… 그런 건 저 아래에 있는 거다. 속이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쓰고, 적당한 값을 받고, 청결하고, 그 마음도 깨끗한 거… 이건 기본 중에 기본이지. 요리는 거기다가 누군가를 먹인다는 마음, 베푼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 진심이 있어야 진짜 요리, 최고의 요리가 나온다." p.291




화교 두위광은 어릴 때 처음 짜장면을 먹어본 이후 중국집에 뼈를 묻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국집에서 일하게 해달라며 조르고선 주방에 몰래몰래 드나들며 나중엔 싸부로 모시게 된 요리사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 위광은 명동의 호텔 중식당을 책임지기도 하고 역대 대통령과 여러 인사들이 드나드는 중국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위광이 책임지고 있는 '건담'은 오랜 단골들만 드나드는 곳이 되어버렸다. 한때 위광의 밑에서 일하다가 가게에 불을 지르고 나간 정비소는 곡비소라는 이름으로 화교 행세를 하며 건담 근처에 중식집을 차렸는데, 매일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 위광은 그의 꼴이 영 마뜩잖다.

이렇게 명성은 조금 사그라들긴 했어도 위광의 청요리는 으뜸이었다. 오죽하면 위광을 간귀신, 간신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위광의 요리 간이 엉망이 됐다. 손님에게 나간 음식이 짜거나 싱거워서 주방으로 다시 들어오기 일쑤였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위광이 어디 아픈 거 아니냐며 이상하게 여길 때쯤 생전 지각을 하지 않던 그가 늦어서 헐레벌떡 뛰어오기도 하고 웍을 놓치기도 하는 등 여러 실수를 반복한다.



소설은 고희를 훌쩍 넘긴 중식 주방장 두위광이 주인공이었다. 어릴 때부터 주방에서 살다시피한 사람이라 사회성이 조금은 부족하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누군가와 소통하는 방식 또한 잘 모르는 노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산 그의 유일한 가족은 요리뿐이었다. 먹는 이에게 기쁨을 주는 게 그가 누군가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위광의 혀가 정확해서 요리 또한 너무나 훌륭한 나머지 그를 싸부라고 부르며 따르는 이들이 건담에서 일하고 있었다. 호텔 부주방장까지 거친 주원신은 위광의 요리에 반해 건담에서 일한 지 4년이 되었다. 젊은 강나희와 도본경 역시 손님으로 건담에 왔다가 일을 하게 된 경우였다. 그리고 홀 매니저 고창모도 오랫동안 위광과 함께 일하며 홀 서빙, 손님 접대, 바쁠 땐 설거지까지 하는 만능 직원이었다.

그러던 중 위광이 점점 이상해지다 싶더니 간을 못 보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건담의 이인자 주원신이 몰래 간을 보고 음식을 내보내게 된다. 무슨 일이 있는지 직원들에게는 말하지 않던 위광은 가게를 정리해야겠다고 통보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지난해, 지지난해에도 별을 받는 걸 거절했던 위광은 이번엔 직원들의 성화에 별을 받게 되었고, 그 별로 인해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가게에 큰 소동이 일어나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문이 나고 직원들이 대거 그만두게 되면서 결국 건담은 폐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소설은 그때부터 요리와 세상을 향한 위광의 변화에 무게를 두고 흘렀다.

솔직히 처음 위광이 등장했을 때부터 그리 정이 가던 캐릭터는 아니었다. 나이 많고 소리만 지르는 중식 주방장을 연상하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참 고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어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딱히 뭔가를 가르쳐주지 않고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니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고집불통이라는 점 또한 좋게 보이지 않았다.



위광이 먹은 것은 단순한 한 끼의 식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꺼져가던 생명을 되살린 부활의 음식이었다. 양갱을 훔친 소년에게 내밀었던 짜장면처럼, 영혼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구원이었다.
(……중략)
그 요리에는 그들의 마음이 담겼다. 먹는 이를 헤아리는 마음, 그 진심이 고스란히 그 안에 있었다. 그것이 바로 요리의 정수이자 비기다. 그렇게 만든 요리는 아픈 이를 낫게 하고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 엄마의 요리가 그런 것처럼. p.302

'바꿔보자. 모든 것을 바꿔보자. 가지 않던 길, 가본 적이 없던 길을 가보는 것이다. 머리에 피가 고여 있었듯, 평생을 주방 안에 머물러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세상을 보자.' p.310




그러다 진짜로 건담을 폐업한 이후 고창모, 강나희, 도본경이 두광을 계속 찾아오며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고, 나중엔 집에서 이것저것 함께 하게 되면서 꽉 막힌 노인이었던 그가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때부터 위광은 여태껏 간을 못 맞추던 비극에서 벗어나 맛과 향의 향연을 느끼게 됐고, 나중엔 그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정통 중식만 하던 위광의 변화는 실로 놀라울 지경이었다. 나이가 많은 그가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어려웠을 텐데, 한 번 내디딘 발걸음은 거칠 것이 없었다.
자신을 믿고 따르며 정을 보여준 고창모, 강나희, 도본경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걸 보며 정말 유쾌했고 조금은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동시에 위광과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요리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중식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고소한 짜장면 냄새, 얼큰한 짬뽕, 달달하고 바삭한 탕수육과 먹어본 적 없는 고급 중식까지 글로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중반 이후엔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뭉클하고도 유쾌하게 그려져서 재미있게 읽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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