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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도서] 시스터

이두온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계속 함께 살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크게 말이 통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 공유할 수 있는 대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께했을 수도 있는 작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들을 나는 전부 놓쳤다. 아니 버렸다. p.138~139



면접을 보던 윤선이는 면접관들의 주목을 받자 경직됐고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어지럼증이 일어 쓰러지고 말았다. 선이가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는데, 곁에는 중년의 여자가 있었다. 선이는 그녀가 면접관인 줄 알고 이것저것 물었으나 그녀는 면접관이 아니었다. 김경희 형사는 선이의 동생 장이가 사라졌다며, 서윤재라는 남학생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이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이와 장이는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두 사람은 스타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고 가진 것도 없었으며 부모 노릇 또한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빠가 연예인 부모와 자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밀리언달러 키즈'에 섭외되면서 부모는 재기의 희망을 품었다. 11살 선이가 녹화를 망치는 바람에 잘릴 뻔했으나 5살 장이가 대신 출연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승승장구했다. 덕분에 장이는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모든 걸 망쳐버린 결과, 엄마는 부부 싸움 도중 나가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아빠는 알코올중독에 빠져 두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 결국 외조부모가 찾아와 선이를 데리고 간 이후 자매는 10년 넘게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선이가 10년가량 함께 살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었던 동생을 찾는 일은 막막하기만 했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일지도 모르는데, 살인사건 용의자일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끔찍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선이는 장이를 찾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일단 마지막으로 함께 살았던 집에 가 봤는데, 다행히 이사를 가지는 않았기에 열쇠 수리공을 불러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선이는 집을 보며 장이가 어떤 생활을 했을지 예상해 보게 된다. 그러면서 아빠는 오랫동안 함께 살지 않은 듯 흔적이 별로 없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우선 아빠를 찾다가 7년 전부터 강원도의 요양원에 머물렀다는 걸 알게 된다. 아빠는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렸기에 그에게서 장이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얻지 못했다.
그러다 집에 돌아온 선이는 집안 곳곳에 몰래카메라가 14대나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그와 동시에 장이와 죽은 윤재 학생이 찍힌 비디오를 보게 되면서 그 비디오를 찍었을 거라 추정되는 학생을 쫓아 자백을 받아낸다. 윤재 학생의 아빠 해순과 함께 말이다.



그녀는 혼자였고 살아남기 위해 그녀 나름의 질서와 방식들을 구축해왔을 것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그녀에게 불어넣은 것일 수도 있었고, 그녀가 편의에 의해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으며,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게 그녀 안에서 재조직된 무언가일 수도 있었다. 그것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어떤 논리로 움직이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p.174



어릴 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랑을 받던 장이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건 이후 가정은 급격히 망가져 버렸다. 더불어 장이 역시 어딘가 망가진 듯했다. 선이가 장이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발견한 것들, 초등학교 담임 등에게서 들은 말들로 인해 완전히 낯선 모습의 동생과 마주하게 된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를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착하고 천진한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강요하는 방송 시스템이 어렸던 장이를 속물적인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백지 같은 아이들은 주변의 영향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이가 그렇게 된 건 어른들의 잘못이 컸다. 거기다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로 인해 그 영향은 더욱 크게 미쳤을 것이다.
선이가 장이의 삶에 점점 깊이 다가가면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나중엔 분노가 일었다. 장이를 무력하게 만든 이들의 시작은 자본주의였지만 나중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어린아이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선이가 장이를 찾는 와중에 윤재와 관련된 사건 역시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윤재와 장이를 괴롭히던 고정권이라는 학생의 존재를 알아내 추적했지만, 그는 어느 순간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김경희 형사는 선이에게 윤재 아빠 해순을 너무 믿지 말라는 말까지 꺼내 혼란스러워졌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진실들은 괴로움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어떻게 어른이 아이를 그렇게 이용할 수 있을까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악마들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한 장이가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여겨질 만큼 말이다. 이런 상황에 선이가 과연 장이를 만날 수 있을지, 만난다면 구할 수 있을지 희망을 가지기 어려웠다.
다행히 소설은 좋은 방향으로 끝이 났지만, 그게 진정한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가혹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이제 막 벗어난 장이의 삶이 정상 궤도를 찾아가려면 험난할 것 같기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정말 악마였다.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파렴치한들이 그래도 참혹한 끝을 맞이해 다행일 정도였다.
이 소설이 영상화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너무 잔혹해서 과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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