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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 1

[도서] 금주령 1

전형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본보기를 보여야지. 백성을 대상으로 파렴치한 짓을 일삼는 관리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두려움을 갖게 해야지!" 1권 p.93



울산도호부의 술도가인 '백선당'에서는 가문 대대로 '산곡주'라는 명주를 만들어오고 있다. 당주 양일엽은 가업을 잇기 위해 그의 아들 양상규를 가르치면서 함께 술을 빚었고, 산곡주의 비밀 재료인 '천남성'은 오래전 백선당에 찾아온 이의 아들인 천덕이 구하러 다녔다. 산곡주를 한 번 마신 사람은 그 향과 맛을 잊을 수 없어 몇 배의 값을 치르고서라도 손에 넣으려고 하는데, 뚝심 있는 양일엽은 정해놓은 양 외에는 절대 많이 만들지 않았고, 값 또한 모든 상인들에게 똑같이 받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절이 지나는 와중에 임금이 금주령을 내렸다. 술을 마셔서도 안 되고, 유통해서도 안 되며, 술을 빚어서도 안 된다는 어명이었다. 백선당의 식솔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막막했지만, 양일엽이 근처의 땅을 사들여 식솔들에게 소작을 하여 생활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런 와중에 산곡주를 탐내던 울산도호부 관아 이방 아전인 김치태가 밀주를 빚으라고 양일엽을 압박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금주령이 내려진 뒤, 훈련대장 장붕익은 어명을 받아 밀주 시장을 장악한 '검계' 무리를 소탕하고자 한다. '금란방'이라 불리게 된 조직의 우두머리 장붕익을 포함해 우별장 강찬룡, 파총 나경환, 좌별장 박영준, 별군관 이학송, 종사관 이규상이 몸을 담게 된다. 비밀스러운 조직인 만큼 뛰어난 무관이었던 그들은 처음엔 서로를 의심하며 데면데면해 했지만, 이내 호형호제하며 끈끈한 사이가 되어 뜻을 모았다.

한편, 검계의 회주라 불리는 표철주는 12년 전 장붕익에게 당한 수모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수하인 이철경은 검계를 찾아낸 금란방 관원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난 후, 명령을 받아 울산도호부로 몸을 숨겼다. 매일을 무료하게 보내던 이철경은 김치태가 준 산곡주를 마시고 깜짝 놀라 백선당을 찾아간다.



조선 영조 때를 배경으로 금주령을 소재로 한 소설은 삼대에 걸친 대하드라마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검계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관리들과 고통받는 민초들, 그리고 정의의 편에 서서 검계의 뿌리를 뽑으려는 금란방 관원들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소설 속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조선 후기 백성들의 삶과 부패한 관리들의 행태가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무협지를 읽는 것처럼 칼과 화살 등으로 치열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소설 초반엔 백선당과 금란방, 검계 이 세 부분으로 시점이 나누어져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다.
왕의 신임을 얻어 검계 소탕에 앞장서게 된 장붕익 대장은 예순이 넘었음에도 불세출의 명장이라 불릴 만큼 무예 실력이 뛰어났고 두려움이 없었다. 품성 또한 뛰어나서 그를 따르는 이가 많았다. 장붕익과 비슷하게 양일엽도 너그러운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백선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주 덕분에 먹고사는 데에 어려움이 없어 존경하며 기꺼이 따르고 있었다.
이렇게 존경받을 만한 이들이 있으면 당연히 악당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12년 전 장붕익에게 맞아 이마가 함몰된 표철주는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처단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를 따르는 이철경은 개인적인 일로 장붕익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젊은이였기에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어느 정도 대립 구도가 세워진 후 금란방 관원들과 검계 무리들이 한바탕 맞서 싸우게 됐는데, 몇몇 캐릭터들이 생각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후 장붕익과 양일엽 또한 죽음을 면치 못했기에 놀라웠다.



"검계와 결탁한 관리 같은 건 없소. 검계가 곧 그들이니까. 선을 넘지 마십시오, 대감. 전면전이 벌어지면 도성 전체가 피바다가 될 것이오." 1권 p.212

"관리라는 자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백성을 핍박하는 데 쓰고, 또 어떤 관리는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체하고 있는데, 어찌 난리를 일으키지 않고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2권 p.219




장붕익과 양일엽의 죽음으로 그들의 업은 자연히 후대에 이어지게 됐다. 그들의 아들이 아니라 장붕익의 손자 장기륭, 양일엽의 손녀 양숙영에게 넘어가기까지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다. 두 사람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기륭은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중이었고, 숙영은 아직 어머니의 뱃속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륭과 숙영의 부모가 자신의 아버지만큼이나 고된 삶을 살았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나마 기륭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붕익과 인연이 깊은 일여 스님의 묘적사에 몸을 숨긴 덕분에 목숨을 보전했지만,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된 숙영의 부모는 안타까운 끝을 맞이했다. 숙영이 천덕을 대신 아버지로 여기며 살긴 했지만, 마음속에 원한이 사그라들진 않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기륭과 숙영은 마주치게 됐고, 나중엔 함께 같은 뜻을 이루고자 했다.
두 사람을 찾아낸 이학송은 무예를 가르쳤고, 그들이 자란 후엔 선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을 한데 모은 사람이 세자 이선(사도세자)이라는 사실도 밝혀져 소설은 점점 흥미진진해졌다. 하지만 실제 역사로 인해 세자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좋지 않기도 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한시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읽는 역사 소설이라 초반엔 문체나 화법이 익숙하지 않고, 예스러운 느낌이 강해 진도를 나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삼대에 걸친 검계 소탕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예상했던 부분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고, 간악한 무리들과의 싸움에는 대가가 있었다. 그들이 목숨 바쳐 지켜내고자 한 질서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인 소설이라 그런지 역시 재미있었다. 드라마로 잘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리뷰는 펍스테이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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